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무노사 역무노사진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無老死 亦無老死盡
☆ 깨달은 자만이 무명을 안다
'어리석음이란 자신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이다' 어느 철학자의 일갈이 아니라 제가 만들어 본 말입니다. 아마 이 말이 무명에 비교적 접근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최근에 본 서적 중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에 있는 기발한 어리석음을 소개합니다.
입대를 앞두고 신체검사를 받는 동안 예비 병사는 한시도 쉬지 않고 눈에 보이는 종이들을 집어들 때마다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군의관은 청년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생각하고 징집 면제 확인서에 서명을 했다. 그 확인서를 받아본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바로 이거야!”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 저자 : 마티아스반복셀 /출판사 : 휴먼앤북스 p.21 "발견" 중에서)
이런 유머는 어떻습니까?
어느 날 일본 과학자들이 땅속으로 50m를 파고들어가 작은 구리조각을 발견했다. 이 구리조각을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일본은 고대 일본인들이 이미 2,500년 전에 전국적인 전화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중국정부가 발끈했다. 중국 정부에서는 과학자들에게 그보다 더 깊이 파볼 것을 종용했다. 100m 깊이에서 중국 과학자들은 조그만 유리조각을 발견했고, 곧 고대 중국인들은 3,500년 전에 이미 전국적인 광통신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 보도에 한국 과학자들은 격노했다. 한국 과학자들은 200m 깊이까지 땅을 파고 들어갔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자 한국 과학자들은 고대 한국인들이 5,500년 전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경우의 공통점은 어리석음을 '커버'하려다 결정적 어리석음을 범했다는 것인 듯합니다. 그런데 이 어리석음을 미학美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더군요. 일단 보시지요.
해마다 인터넷에서 다윈상이 수여된다. 수상 대상은 인간 종의 재생산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결점이 많은 유전자를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인간 종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수상자는 늘 죽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최근에는 어리석은 행위를 한 결과 거세되어 생식 능력을 잃은 사람(살아 있는 사람도 드디어 포함시켰다는 의미)들까지 수상자 후보에 올리기로 규정을 바꾸었다고 한다. 후보자들은 다음 범주로 구분해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게임과 오락 부문, 노동과 산업 부문, 무기와 폭발 부문, 연애와 사랑 부분, 자살 부문, 사냥 부문, 범죄와 징벌 부문, 교통사고 부문, 종교 부문, 그리고 의료 수술 부문이다.
64세의 후두암 환자 에이브러힘 모슬리. 플로리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그는 담뱃불을 붙이려다 목에 두른 붕대와 잠옷에 불이 붙고 말았다. 성대 제거 수술을 받았던 터라 살려달라고 고함을 지를 수가 없어서 결국 침대에서 불에 타 숨졌다.
번지 점프를 잘못한 사람, 번지점프대에서 수면까지 높이를 정확히 계산하고 줄 길이를 여기에 맞추었지만, 그 줄이 고무줄이었다
2005년도 수상자들을 보면,
최고상 수상자는 크로아티아인 마르코, 이 남자는 지상에서 굴뚝 청소를 하다 솔이 굴뚝 끝까지 닿지 않자 지붕에 올라가 굴뚝을 들여다보며 궁리한 끝에 마침내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굴뚝 솔을 땅 밑까지 확실히 끌고 내려갈 무거운 물체를 찾던 그는 우연히 눈에 띈 수류탄을 추로 선택했을 뿐 아니라 이 추를 굴뚝솔과 연결하기 위해 용접기술까지 동원했다. 용접과정에서 금속이 과열되자 수류탄이 폭발, 마르코는 산화했고 굴뚝은 더러운 채로 무사했다.
마르코와 함께 수상자로 선정된 21세의 응웬이란 베트남 청년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방금 주운 녹슨 기폭장치를 자랑하다 친구들이 폭발할 것이라며 말리자 절대 폭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그는 기폭장치를 자신의 입에 넣고 여기에 달린 전선을 220볼트 전기 소켓에 연결했는데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틈도 없이 즉사했다.
짐바브웨의 크리스천이란 수상자는 자신의 옥수수밭을 코끼리들이 짓밟자 이들을 퇴치하기 위해 지뢰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모잠비크와 접경지대에 살고 있던 그는 국경의 지뢰밭에서 폭우로 드러난 지뢰를 몇 개 훔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들고 오는 동안 한 개를 떨어뜨려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영국 웨일스의 제프란 남자는 잉글랜드-웨일스 럭비 경기에서 “웨일스가 이기면 내 고환을 떼어버리겠다”고 내기를 했는데 웨일스가 이기자 약속을 이행했다는 것. 중상을 입고 입원한 그는 약속을 지키는 사나이가 되긴 했지만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줄 기회는 영영 잃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물론 제가 만들어 낸 것들이 아니라 진지하게 소개하고 있는 사실들 입니다.
제가 무명無明을 설명한답시고 고작 앞에 몇 줄 해놓고 변죽만 울리는 데는 속사정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무명을 '안다'는 것은 '깨달음'을 안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저는 깨달음을 얻기는커녕 헷갈리는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무명을 딱 부러지게 설명해 드릴 길이 막막하다는 말씀입니다. 더욱이 제가 이 책의 저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저서들을 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말하면, 행여 저자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다고 항변할지는 몰라도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을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하는 듯한 태도의 글을 보면 도리어 그 내용을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
내친김에 한 꺼풀 더 깊이 고백하자면 저는 3,000여권의 책이 있는데, 이 책을 지금까지 쓰기 위해 100여 권의 책을 검토해야 했고 완독한 책만도 30여 권에 이릅니다. 또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할지 저도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제가 새삼 느끼는 것은 책은 '읽혀지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입니다. 그 근저에는 내용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책이나 나의 생각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의 책은 '적당히' 보다마는 것이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엄연한 현실이자 독자의 권리라는 생각이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제 고민은 저자로서의 책임과 체면도 생각해야 하지만 읽어주는 분들의 형편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제 고충도 염두에 두면서 이제부터는 인내를 필요로 할지 모르는 설명에도 책을 놓지는 마시라는 말씀입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제 변명만은 아닙니다. 세상사가 재미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님도 분명하고, 더욱이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돈벌이도 어려운데 하물며 마음의 안락과 깨달음을 논하는 경전과 그 해설이 쉬울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해두고 싶습니다.
무명無明은 불법을 잘 모르는 것, 자신의 마음에 본래 존재하고 있는 부처님과 같은 성품(중생의 마음 그 자체의 성품이 더 정확합니다)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 본 내용은 성법스님 저서인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을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