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무노사 역무노사진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無老死 亦無老死盡
☆ 어리석음에 이어지는 작용 중 행行
이제부터는 이 무명이 원인이 되어'어떠한'과정을 거쳐'어떠한'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다시 확인하면 반야심경의'무명진 내지 무노사'를 설명하는 것이 12연기를 순차적으로 설명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12연기에서 무명 다음은 행行입니다. 행은 다음 단계인 식識을 일으키게 하는 중간 전달의 어떤'작용'을 뜻합니다.
식에 대해서는 골치 아플 정도로 언급을 했으니 문젯거리가 아닙니다만, 행은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아 조금 생각을 하셔야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행을 업業이라고 단정적으로 해설해 놓은 책들이 있어 걱정이 됩니다. 행은 그 스스로 업이 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업이란 개념은 선업善業과 악업惡業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쓰는 것인데, 행은'깨닫지 못한데서 갖게 되는 생각(識)'을 들게 하는 과정 혹은 그 흐름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아무리 물욕이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대화면의 PDP TV를 구입할리 없고,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 고급 오디오나 CD를 구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든 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나 그런 사람 봤어'한다면, 그 사람이 바보이거나 아니면 봤다는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닐 겁니다. 그러니 차라리 쓸모없는 물건을 구입하게 된 다른 연유를 찾으시는 게 오히려 옳으실 겁니다.
이제 제가 든 예가 타당하다고 전제를 하고 설명을 드리자면 욕심도 비교할 대상과 상대가 있어야 일어나는 것이 틀림없는데, 그러자면 무엇인가 '인식'이 되는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 매개체가 행이라 말씀드릴 수 있는데 다시 다른 쪽으로 설명을 시도하면 우리의 상식과 생활 규범, 규칙 또는 가치, 더 나아가 우리의 생각을 한정시키는'무엇'이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주 간단한 예를 다시 들어 보겠습니다. 무인도에 남자 혹은 여자들만 떨어져있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면 남자들은 정력 자랑하고 침 튀기며 군대 얘기 할, 한 술 더 떠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해댈 이유가 없을 것이고 여자들은 시어머니와 남편 흉보기에다 군것질은 무엇이 좋은지를 이야기 할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즉 '알아야 할'(識) 동기 자체가 형성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경우'에 따라 소멸될 수도 있는 동기를 행이라 합니다. 물론 세상살이에 그'경우'란 것이 거의 없을지는 몰라도, 또 내가 마음을 닦으면 식을 일으키는 동기자체가 점차 사라지기는 하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 현재의 내가'안다'는 것은 그 '경우'와'과정''동기'가 분명한 것입니다.
이렇듯 12연기의 행이란 무명에서 다음 단계인 식識을 이어주는 그 어떤'과정'과'작용'을 말합니다.
※ 본 내용은 성법스님 저서인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을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