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무노사 역무노사진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無老死 亦無老死盡
☆ 욕망을 실현시키려는 작용들과 그 결과
애愛 다음은 '취'取인데 '취'란 애의 대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집착하여 소유하고 싶다거나, 혹은 그 욕망을 지속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취가 12연기 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바로 업業을 만드는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짝 사랑의 추억으로 간직하면 괜찮은데, 결혼한 사람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액션'(取)에 들어가면 곤란하다는 말입니다. 불교에서 흔히 말하는 '번뇌'를 대량 생산해 내는 공장도 이 취입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세상에 취하고 싶은 것이 많으면 가난한 사람이고, 가난해도 취할 마음이 별로 없으면 부자입니다. 그렇다고 게으르고 무능력하여 가난한 게 자랑이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단지 저의 의도는 취할 줄만 아는 세상에 이미 취한 것을 남에게 베푸는 마음도 내자는 것이고, 취하다라도 분수에 맞게 하자는 것입니다.
무소유의 정신은 물질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물질에 집착하여 소유하지 못해 안달하는 마음에서 벗어나라는 말인 것입니다.
12연기의 10번째는 유有 입니다. 유란 취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된 결과인 업을 말하는데 유형, 무형의 모든 것이 해당됩니다. '결과물'인 업을 형태 있는 것에 한정지으면 안 된다는 말씀인데, 보통 '유有' 하면 눈에 보이는 사물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계기로 원한이 사무쳐 마음속으로 앙갚음을 다짐한다면 그 다짐이 유가 된다는 말입니다. 결국 유란 업의 형성 작용의 구체화, 혹은 확정되어 버린 업 그 자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 다음은 생生 입니다. 생은 유에 의해 펼쳐지게 되는 실제적 과보의 세계입니다. 내가 태어나게 된 것도 유의 과보이고, 원한에 사무치는 마음으로 밤잠을 못 자는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生)하는 것도 다 생의 작용이 일으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2연기의 마지막은 '노사'老死입니다. 내가 태어나는 과보로 늙어 죽는다는 간단한 말로는 이해가 부족합니다. 오히려 무상無常이라는 말이 더 접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상이란 말은 항상 하는 것은 즉, 영원히 그 상태 그대로 존재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없다는 말이니, 육신은 물론이고 아무리 뼈에 사무친 각오와 다짐도 시간이 흐르면 그 작용이 약해지고 결국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12연기의 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2연기의 마지막인 노사란 '완전한 사라짐'이 아니라 12연기의 처음인 무명을 또다시 낳는 하나의 결과인 것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12연기법은 부처님이 처음 깨달은 법이라는 중요한 상징과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12연기법에 대해 총체적인 시각으로 정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본 내용은 성법스님 저서인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을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