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무노사 역무노사진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無老死 亦無老死盡
☆ 명색에 의해 이어지는 육입六入
육입六入은 육처六處라고도 부르는데, 명색을 안 · 이 · 비 · 설 · 신 · 의(육근)를 통하여 받아들인다는 의미에서 여섯 가지 받아들임의 작용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앞서 색 · 성 · 향 · 미 · 촉 · 법(육경)을 설명할 때, 여기서의 법은 불법佛法이나 진리의 법이 아니라 '생각을 일으키는 대상으로서의 무형의 것'을 법이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앞 페이지로 가서 다시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명색名色을 수용하는 단계인 육입의 명名이 바로 실체는 없지만 생각을 일으키는 대상이 되는 것이고, 색色은 생각을 일으키는 대상으로서의 물질적 존재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설명하는 육입은 무형, 유형의 자성自性이 없는 대상을 내가 임의로 가치를 부여해 마음으로 도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제 중요합니다. 반야심경에서는 누누이 그 자성 없는 실체를 공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받아드릴 것(자성)이 없음에도 우리는 무명에서 행을 통해 식을 일으키고, 다시 식에 의한 명색에 집착하여 육입에 이르는 것이 됩니다.
만약 내 마음 바깥의 자성 없는 실체들을 애초부터 공空하다고 인식하거나 행, 식, 명색 중 어느 단계에서라도 그 중 한 가지만 공함을 확고히 한다면 육입은 사실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12연기는 존재와 존재에 대한 인식과, 그 인식으로 일어나는 욕심과 집착 때문에 노사老死에 이른다는 과정의 설명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12연기의 '실체' 역시 공하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계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공에 대해 말하면서, 이 책 내내 공空 자가 쓰여지면 그것이 다 공에 대한 설명이라고 했던 말씀도 기억하셔야 반야심경을 '놓치지' 않는 것이 됩니다. 이 육입 중 하나만 잘못되어도 다음과 같은 얘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날도 곤드레만드레 되어 돌아온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간 줄 알았더니 마루에서 마당에 대고 소변을 누는게 아닌가. 10여 분이 지났는데도 그냥 서 있었고, 20분이 지나도 서 있기에 부인이 소리쳤다 “아니, 뭐하고 서 있는 거예요?” “술을 많이 먹었더니 소변이 끊어지질 않아.” “그 소리는 빗물 내려가는 소리예요!”
※ 본 내용은 성법스님 저서인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을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