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집멸도無苦集滅道
☆ 인생은 고통인가?
'고성제'苦聖諦란 인생을 고해苦海의 바다에 비유한 설명법입니다. 이렇게 삶을 고통이라 하는 전제는 사실 다음과 같은 기본적 명제를 인식한 상태에서 풀이해야 옳습니다. 그 기본 명제란 바로 깨달음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깨달음만이 영원한 고통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불교의 궁극적 목표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깨달음을 얻지 못한 인생의 희로애락은 한 낱 꿈과 같아 가치가 없다는 뜻이고, 그러하기에 그건 진정한 락樂이 아니고 고苦라고 설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불교는 이 전제를 생략하고 '삶은 고통이다'라고 해버려 타종교인이나 불교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불교가 비관적이고 허무주의적이란 오해의 빌미를 주고 있습니다. 평생 고생하여 키운 자식이 낳은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기뻐하는 모습에까지 중생의 욕망, 일체개고一切皆苦, 망념妄念이라는 불교의 언어를 들이댄다면 정말 '살 맛' 안 나는 일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인생은 무조건 고통뿐이라는 소견은 불법의 근본을 바로 알지 못한 소치 입니다.
부처님도 절대 그런 뜻에서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성불'成佛은 반드시 인간의 몸으로 이룩되는 것이라 강조합니다. 그리고 번뇌 즉 보리(깨달음)이라 하지 않습니까? 천상의 몸을 받아도 인간만 못하다는 이유도, 천상에서는 즐거움에 취해 수행할 마음을 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초기불교에서 열거한 '고'苦의 종류를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네 가지 괴로움을 '4고'四苦라 하는데, 생노병사生老病死가 다 괴로움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노병사를 거듭하게 되니 그 자체가 괴로움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4가지를 더해 '8고'八苦라 합니다. 더해지는 4가지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집착하는 물건과 헤어져야하는 괴로움(愛別離苦), 증오하는 사람이나 혐오하는 물건과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 얻으려고 애를 써도 얻을 수 없는 괴로움(求不得苦), 반야심경에서 밝혔듯이 오온五蘊이 공한 줄 모르고 집착하여 받게 되는 괴로움(五取蘊苦), 이렇게 네 가지를 더해 여덟 가지 괴로움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고의 원인을 집착하는 마음 탓으로 돌려야지, 삶 자체를 싸잡아 고통뿐이라고 한다면 분명히 잘못된 해석이지 않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태어나자마자 병이나 사고로 죽는 것이 도리어 큰 복이 되어버리지 않겠습니까?
마무리를 하면 불교의 모든 법은, 다시 말해 부처님이 중생을 성불로 이끌기 위해 하신 모든 가르침은 결국은 '방편설'方便說입니다. 중생들이 고정 관념에 집착하고 있으니 그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여러 갈래와 방법으로 상황에 따라 말씀하신 것이란 말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삶은 고苦다'라고 전제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열반과 해탈에 비하면 중생들이 갖는 모든 가치는 허망하며, 더 차원 높은 낙樂이 있다는 방편의 가르침이지 우리의 일체 행위와 삶이 고통뿐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 본 내용은 성법스님 저서인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을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