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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安)은 맑음이고, 반(般)은 깨끗함이 된다. 수(守)는 없음이 되며 의(意)는 하고자 함이다. 이것은 청정무위이다. 없다는 것은 살리는 것이다. 하고자 함은 생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는 고통을 얻지 않기 때문에 살게 된다.
해설 숨을 참았다가 쉬면 얼마나 상쾌한가. 닫았던 숨통을 열어 숨이 들어오면 정신이 맑게 소생하고, 다시 그 숨을 내쉬면 몸에서 나가지 못하고 막혀 있던 답답함이 후련하게 가셔져 깨끗한 기분이 솟아난다. 우리는 이러한 상태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이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숨을 들이쉬거나 내쉴 때 뇌의 정맥혈에 있는 울혈이 해소되어 머리가 상쾌해지고 마음이 안정된다. 따라서 호흡을 길게 하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마음이 안정되면 지혜가 열리고, 지혜가 열리면 선과 악, 탐욕이나 노여움에 끌리지 않게 되며,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잠자는 자연의 순리 그대로 살되 걸림이 없는 무위(無爲)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올바른 호흡은 폐의 피를 뇌로 돌리고 다시 심장으로 돌려보낸다. 탐욕이나 분노가 일어날 때 숨을 길게 내보내면 마음이 가라앉으므로 열 번 이상 되풀이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 감정에서 벗어나게 된다. 화가 났을 때는 얼굴에 핏대가 올랐다가 마음이 진정되면 괜찮아진다. 그 핏대가 바로 뇌로 통하는 정맥의 울혈이다. 뇌나 심장의 울혈이 사라지면 산소를 많이 내포한 동맥혈이 뇌를 향하여 순조롭게 흘러 들어간다. 따라서 뇌세포가 활기를 띠고 정신활동이 건전해져 생명에 활기를 주게 된다. '수(守)는 없음'이라고 한 것은 정신집중이 잘 되어 호흡에 의식이 함께 따르면 주객 대립이나 객관에 대한 집착이 없어져서 걸림 없이 텅 빈 상태에 있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의 마음을 의식적으로 호흡에 집중시키려면 올바른 호흡을 닦겠다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우리의 생명이 완전하게 살아난다. 이를 '의(意)는 하고자 함이다.' 라고 했다. 그러므로 안반수의의 내용을 '청정무위(淸淨無爲)'라고 할 수 있다. 청정무위란 몸과 마음이 걸림 없이 건강하고 평온한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말한다. '무위'라는 말은 노자(老子)나 장자(莊子)가 즐겨 쓴 말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 외에 '자연 그대로의 움직임'이라는 뜻도 있다. 무위란 곧 올바른 삶이다. 올바른 삶에는 괴로움 없는 즐거운 삶을 누리려면 먼저 정신을 집중하고 올바른 호흡을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가르쳤다.
병중인 사람의 호흡은 고르지가 않다. 즉, 호흡이 얕고 짧으며 들어오고 나감이 리듬 없이 무질서하다. 체내에 흐르고 있는 혈액, 호르몬, 임파액 등이 정체된 곳에서 암세포가 발생한다고 한다. 혈액순환이 잘되고 임파선이나 호르몬선 등이 건강하여 그로부터 유출되는 것들이 잘 통하게 하려면 횡경막의 상하운동이나 흉곽의 확장·축소 운동이 잘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른 호흡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현대인들은 부자연스러운 생활 양식으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가장 손쉬운 호흡 훈련부터 시작해야 한다.
호흡을 중시하는 것은 명상의 산실인 인도의 뿌리깊은 전통이다. 고대 인도인들은 기식(氣息)인 프라나prana를 생명의 기운, 생명 그 자체, 우주의 근본원리라고 보았다. 인류 최고의 종교 성가집인《리그베다 Rig-veda》의 '푸루샤 수크타purusa sukuta라는 찬가에는, 우주의 시원인 '푸루샤'라는 원인(原人)에게 공희를 바치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푸루샤의 숨으로부터 바람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인도 최대의 철학서인 《우파니샤드 Upanisad》(Kausitaki-Upanisad, Tait-tiriya-Upanisad)에서는 숨을 우주의 원리인 브라만Brabman과 아트만Atman이라고 했다. 또《아타르바 베다 Atbarva-veda》에는 다음과 같이 호흡을 찬양한 노래가 있다(제14권, 4).
숨에게 경배하라.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 그의 지배를 받는다. 그는 모든 것의 지배자이니. 모든 것은 그에 의해 확립된다.
숨은 지배자이다. 숨은 여신이다. 모든 것은 숨을 받든다. 숨은 태양이요 달이요 창조신이다.
기러기가 날아오를 땐 한 발을 물에서 빼지 않는다. 발을 빼면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다. 밤도 없고 낮도 없으리라. 결코 밝게 빛나는 아침도 없다.
숨이여, 나를 피하지 말라. 나 이외의 것이 되지 말라. 물의 태아와 같이 너를 속박하리니. 나의 생명력을 위해서 내 속에. 숨이여!
이처럼 숨은 우주의 근본원리이다. 숨은 개인의 본체이면서 창조신과 같은 능력이 있다. 숨은 모든 생명체의 본체라는 생각은 기원전 10세기경부터 있다가 기원전 6세기경 우파니샤드 시대에 이르러 들숨과 날숨에 각각 뜻이 부여되어 생리현상이나 장수법, 그리고 윤회설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즉 들숨과 날숨으로만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음식을 삼킬 때 아래로 내려가는 숨을 프라나prana, 위쪽으로 올라와서 언어활동을 지배하는 숨을 우다나udana,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관여하는 숨을 사마나samana, 배설이나 출산에 관련하여 아래로 내려보내는 숨을 아파나apana, 전신을 돌아다니며 몸의 운동을 관장하는 숨을 비야나viyana라 하여 자세히 구별하게 되었다. 숨을 장수, 질병의 치유, 풍요나 출산과 관련시킨 노래도 있다.
숨은 번개로써 풀과 나무에게 소리쳐 그들이 번식력을 갖게 하고 그때 많은 것을 출산한다. 숨이 넓은 땅에 비를 내릴 때 모든 식물이 태어난다.
이러한 생각들이 발전되어 숨을 쉴 때 들어오는 공기가 곧 우리의 생명력이라고 믿게 되었다. 또한 고행자들은 죽지 않기 위해 숨을 한껏 들이쉰 후 그 숨이 나가지 못하게 하는 호흡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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