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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이 흐트러지는 자는 마땅히 따라서 일어나는 인연을 알아야 한다. 마땅히 안팎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열까지 세는 수식에서)하나에 숨이 흐트러지면 곧 밖의 마음이 잘못된 것으로, 숨이 밖으로부터 들어오기 때문이다. 둘에 숨이 흐트러지면 곧 안의 마음이 잘못된 것으로, 숨이 안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셋과 다섯과 일곱과 아홉은 밖의 마음에 속하고, 넷과 여섯과 여덟과 열은 안의 마음에 속한다.
어리석음과 성냄과 의혹의 세 가지 마음은 안에 있고,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과 고자질하는 말과 망령된 말과 아양떠는 말 등 일곱 가지 마음과 그 나머지 것들은 밖에 속한다. 숨을 얻는 것은 밖이고 숨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안이다.
해설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 불교는 항상 원인과 결과라는 인연을 생각하므로, 수식에서 호흡을 세는 일이 한결같이 되지 않고 도중에 숫자를 잊어버리거나 순서가 바뀌면 그 원인을 잘 살펴서 그것을 제거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질병도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맥락과 같다. 흐트러진 호흡의 원인이 마음에 있다는 말은, 마음이 흐트러졌기 때문에 호흡이 흐트러졌다는 뜻이다.
본문에 따르면 흐트러진 마음의 근본원인은 안팎의 두 마음이다. 밖으로 달려나가는 것은 밖에 있는 얕은 마음이요, 마음속에만 간직되어 있는 것은 안에 있는 깊은 마음이다. 따라서 마음이 흔들려 숨이 어지러워질 때에는 안팎의 마음이 모두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팎의 마음은 어떤 원인으로 일어나는가? 여기서는 열 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어리석음, 성냄, 의혹 등 세 가지 마음은 안에 있으며 살생, 도둑질, 음행, 고자질, 욕설, 망언, 아양떠는 것 등 일곱 가지는 밖에 있다. 이런 마음들이 바로 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마음이다. 숨이 길게 나가거나 짧게 나가는 것은 모두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숨이 어지러우면 마음이 어지러운 것이고, 그 어지러운 마음이 과연 어떤 마음인가를 알아내야 한다.
탐심(貪心)과 진심(瞋心)과 어리석음〔痴〕이라는 삼독(三毒)은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나쁜 마음으로 행동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생리현상까지도 지배한다. 그러므로 숨이 어지러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살생 등 일곱 가지 나쁜 행위는 칠계(七戒)에 속하며, 마음속에 칠계가 일어나면 나쁜 행동을 하게 되고, 호흡이 어지러워져 건강을 해친다 숨을 얻음〔得息〕은 올바른 호흡을 얻는다는 뜻이다. 올바른 호흡을 얻으면 올바른 행위가 밖으로 나타나게 된다.
행위와 그 원인인 마음 중에서 어느 것이 앞이고 뒤인지를 판별하기는 어렵다. 행위의 근본이 마음인 동시에 행위가 마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법화경(法華經)》에 나오는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은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그치기 위해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절을 했다고 한다. 절하는 마음이 쌓이고 쌓이면 마음까지도 남을 공경하게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불교는 마음을 중요시한다. 《法句經》에도 이런 가르침이 있다.
"마음이 모든 일의 근본이다. 마음이 주인 되어 마음이 시키나니 마음속에 악한 일을 생각하면 말과 행동이 그러하리라. 마음이 모든 일의 근본이다. 마음이 주인 되어 마음이 시키나니 마음속에 착한 일 생각하면 말과 행동이 그러하리라." 心爲法本 心尊心使 中心念惡 卽言卽行 心爲法本 心尊心使 中心念善 卽言卽行
그러나 불교는 일방적인 유심론의 입장만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의 주인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자신이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여 절대 안정의 마음으로 깨달음에 이르러서 올바른 삶을 살도록 가르친다. 인간의 행·불행이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은 우리의 실제 생활에서 얻어지는 진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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