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5. 止와(淨) - 1. 마음이 코끝에 고요히 머문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6:38

5-1. 마음이 코끝에 고요히 머문다

묻되, 셋째 단계인 그침은 어찌하여 코끝에서 그칩니까? 답하되, 수식, 상수, 지, 관, 환, 정에서 모두 코로부터 나가고 들어온다. 마음이 가까이하기 때문에 그곳은 또한 쉽게 알려진다. 이 때문에 코끝에 머무는 것이다. 악한 마음이 온 것을 끊으면 선정이 된다. 어느 때는 코끝에 그치고 어느 때는 마음 가운데에서 그친다. 머무는 곳이 있으면 그치게 된다. 잘못이 와서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면 바로 한 가지 일을 관찰하라. 모든 악이 오더라도 마음은 마땅히 움직이지 말아야 하니, 어찌 마음이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해설
셋째 단계인 지(止), 즉 마음이 한 곳에 머무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 단계에서 선정(禪定)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 코끝에서 그쳐야 하는가? 수식에서 정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숨은 코로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이다. 코끝에 마음을 두는 일에 익숙해지면 그곳에 대한 인식이 쉽게 이루어져 마음을 코끝에 두기가 쉬워진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지만 계속해서 어떤 한 곳으로 쓰게 되면 그곳에 머물게 된다. 가령 간절한 그리움으로 어떤 사람을 생각할 경우에 우리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그 대상에게로 가게 된다. 도 우리의 몸 어느 한 곳에 신경을 쓰면 마음이 그 특정부위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숨이 바르지 않으면 악한 마음이 일어난다. 악한 마음은 악한 인연에 의해 일어난다. 그러므로 코끝에 마음을 두고 숨에 따라 일어나는 마음을 잘 살펴서, 만일 악한 마음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막아야 한다. 선정은 바로 악한 마음을 차단하는 수행이다. 악한 마음이 란, 이것과 저것, 선과 악, 미와 추 등 대립된 개념이나 가치에 집착하여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이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우면 한 곳에 고요히 머물러야 한다. 마음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면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한 가지 일을 관(觀)해야 한다. 동요하는 마음을 한 가지 일에 옮겨 놓는 것이다. 객관 세계의 어떤 자극에도 끌리지 않아야 하지만, 마음은 움직이기 쉬우므로 많은 수행을 통해서 될 수 있는 대로 한 곳에 오래 머물게 하며 무엇인가를 깊이 관조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호흡훈련에서 코끝에 마음을 집중시키라고 가르치는 이유가 우리의 몸에서 코가 호흡과 가장 인연이 깊은 기관이기 때문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해탈도론》 제7권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타나는 것에 즐겁게 머무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곧 마음을 코 끝, 혹은 입술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나가고 들어오는 숨과 인연이 깊은 곳이기 때문이다. 좌선을 닦는 사람은 안온하게 이곳을 생각한다. 들숨과 날숨이 코끝이나 입술에서 생각과 접촉되는 것을 관(觀)한다. 혹은 생각을 가지고 숨을 나가게 한다. 마치 나무를 자를 때 톱의 힘을 인연으로 하는 것과 같다. 도한 좌선하는 사람은 톱의 왔다갔다함을 생각하듯 들숨과 날숨에 있어서 들어오고 나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감촉되는 코끝이나 입술을 생각하면서 숨이 들어오게 하고 나가게 한다. 만일 좌선하는 삶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숨에서 안과 밖을 헤아리면 마음이 산란해진다. 만일 마음이 산란해지면 몸과 마음이 게을러지고 동요하게 된다. 이것은 분명 잘못이다.

혹은 긴 숨이나 짧은 숨을 의식하지 말지니, 만일 길거나 짧다고 생각하면 몸과 마음이 게을러지고 동요하게 된다. 이것은 잘못이다."

마음을 코끝에 그치게 하는 것도 생각하지 말고, 코끝에 그치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치고 있는 것과 마음을 두는 것은 다르다. 마음을 두는 것은 마음의 움직임이 있고, 그치고 있는 것은 움직임이 없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제3단계인 지(止)에 들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