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5-3. 고요한 그침은 있으면서도 없는 것이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6:40

5-3. 고요한 그침은 있으면서도 없는 것이다

그침은 여여(如如)한 날숨과 들숨이 앞의 마음의 나감을 깨달아서 알고, 뒤의 마음의 나감은 깨닫지 못한다. 앞의 마음을 깨달으면 의상관(意相觀)이 된다. 곧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관찰하여 무너짐을 보면 곧 모습을 받고 생사를 두려워하여 곧 마음을 물리친다. 곧 도를 따르는 마음의 모습이다. 서로 따르지 않으면 단지 생각이 코끝에 붙어서 오음의 인연을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 좌가 끊어지고 마음이 없어지면 또한 거친 숨이 아니다. 이것이 그침이 된다. 서로 따르지 않으면 곧 다시 마음의 나가고 들어옴을 생각하지 않고, 오음의 인연에 따라서 다시 거친 호흡을 하지 않는다.

해설
숨이 올바르게 행해지면 호흡이 거칠지 않고 마치 숨을 취지 않는 것처럼 고요해진다. 고요하게 호흡하려면 정신을 집중하여 들어오는 숨이나 나가는 숨에서 마음을 떼지 말아야 한다. 숨이 나갈 때와 들어올 때, 마음을 끝까지 집중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나가거나 들어오기 시작할 때만, 즉 호흡의 시작만 의식하면 된다. '숨이 들어온다. 숨이 나간다.'고 의식하면서 들숨, 날숨을 의식적으로 성찰하여 한결같이 지속되도록 한다. 이런 호흡을 의상관(意相觀)이라고 한다. 곧 마음이 호흡을 의식하는 관법(灌法)이다. 그런데 숨과 마음이 따르는 상수의 단계와 그치는 지의 단계는 어떻게 다른가? 상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의식이 떠나지 않는 것이요, 지는 처음에만 있고 뒤에는 없다. 다시 말해서 숨을 의식한다는 점은 같으나, 시작할 때만 숨과 마음이 함께하는 것이 지의 단계이다. 마음이 코끝에 붙어있지만 코로부터 들어온다고 생각하거나 코를 통해서 나간다는 생각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들숨이나 날숨의 시작에만 의식이 따르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 생각도 없다. 이것을 '죄가 끊어지고 마음이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이 따르면 숨이 거칠어진다. 숨을 의식하지 않는 숨이 가장 고요하다. 고요한 그침의 세계, 곧 선정의 세계는 숨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의식이 있으면서도 깨달아 아는 것이 없어진 세계

라고 말하기도 한다. 즉 의식의 세계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간 상태이다. 이를 신행(新行)이 적멸한 세계라고도 한다. 이미 소개한 바 있는 《해탈도론》에서 말했듯이, 가장 고요하고 여린 호흡이 극치에 이르면 호흡이 없어지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호흡의 처음 모습이 있고, 들어오고 나가는 숨에 의해 그것이 없어지게 된다. 즉 신행의 적멸이란 들숨, 날숨이 있으면서도 없는 것 같은 모습을 갖게 된 상태이다.

상수로부터 제4선이라 불리는 지로 넘어가면 마치 숨과 마음이 모두 끊어진 것처럼 호흡만이 고요히 행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