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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침에는 네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의 그침이요, 둘째는 상수의 그침이요, 셋째는 코끝의 그침이요, 넷째는 숨과 마음의 그침이다. 그침이란 곧 다섯 가지 즐거움이나 여섯 가지 감각 기관이 마땅히 그치게 하는 것이다. 들어오는 숨이 다하여 코끝에 그친다. 곧 악한 마음이 다시 들어오지 않고 코끝에 이르러서 그친다. 나가는 숨이 다하면 코끝에 둔다. 곧 마음이 다시 몸을 떠나지 않고 움직여서 잘못을 향하기 때문에 코끝에 두게 된다. 또한 숨이 처음 들어올 때는, 곧 한결같은 생각이 다시 바뀌지 않고, 또한 숨의 나가고 들어옴을 다시 깨닫지 않으면, 이것이 그침이다.
해설 여기서 그친다는 의미는 조용히 그쳐서 움직이지 않고 평안히 안전된 상태이다. 이러한 세계로 들어가는 데에는 호흡의 수를 헤아리는 방법과, 호흡과 마음을 같이 하는 방법, 마음을 코에 머무르게 하는 방법이 있다. 마지막으로 마음과 숨을 모두 그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 중에서 마음과 숨을 모두 그치게 하는 방법이 가장 어려운데, 숨을 생각하는 마음가지 그쳐야 하기 때문이다. 앞의 두 가지에는 모두 숨과 마음이 있다. 코에서 그치는 것에는 마음만 있고 숨음 없다. 네 번째에서는 마음과 숨이 모두 그친다. 마음과 숨이 모두 그쳐야만 비로소 주관이나 객관에 의한 집착에서 떠날 수 있다.
주관적인 집착은 감각 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에 대한 집착이다. 이들은 모두 마음속에 나타나고 있으므로 마음이 고요히 그치는지의 단계에서는 모두 억제된다.
마음이 코끝에 그친다는 것은 숨이 들어올 때, 들숨이 끝까지 들어와 코끝에서 그친다는 의미이다. 도중에 멈추지 않고 길게 들어와서 끝까지 지속된다. 또한 숨이 나갈 때도 나갈 수 있는 한계까지 길게 나가서 코끝에서 그친다. 이 경우 마음은 항상 코끝에 있다. 이렇게 되려면 숨이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마음이 도중에 바꾸지 않고 한결같아야 한다. 마음이 바꾸지 않으려면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감지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곧 '지금 숨이 들어오고 있다. 지금 숨이 나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끝까지 모두 없어진다. 이 상태가 곧 숨이 그친 상태이다. 여기에 이르면 외부에서 자극을 받아도 끌리지 않게 된다.
수식에서는 수를 헤아려 수를 떠나는 것이 그침이요, 상수에서는 숨과 마음이 서로 함께하면서 숨과 마음을 떠난 것이 그침이요, 들어오고 나가는 숨이 코끝에서 행해지면서 코끝까지도 의식하지 않게 되는 것이 그침이다. 마지막으로 숨과 마음이 함께하면서 함께하고 있다는 의식마저도 없으면 숨과 마음까지 그친 것이다. 어떤 방법을 쓰든지 마음이 한 곳에 그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 선정의 상태가 열반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열반이란 입으로 불어서 불을 끈 것처럼 마음의 움직임이 없어진 상태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열반은 집착이 없이 움직이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으니, 무심(無心)이 이에 해당한다. 열반 혹은 무심은 마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집착이 없는 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음이 그쳤다는 말은 마음이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한 곳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 고요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그침, 곧 지(止)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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