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7-2. 마음에 집착이 없어진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7:04

7-2. 마음에 집착이 없어진다

아프고 가려움의 그침을 관한다는 것은, 만일 사람이 팔이 아프더라도 마음에 아픔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다른 일체의 몸의 아픔을 생각하여, 이와 같은 아픔이 없는 마음으로써 아픔을 그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생각하거나 생각하지 않더라도, 아픔을 생각하여 집착하는 바가 없다 스스로 몸을 사랑하면 마땅히 다른 사람의 몸을 관하라. 마음이 다른 사람의 몸을 사랑하여, 마땅히 자신의 몸을 관하면 또한 그침이 된다.

해설
건드릴수록 아픈 느낌은 더해진다. 또한 가려움은 무엇인가를 바라는 마음이니, 가려울 때 건드려 주면 만족감을 느낀다. 이 느낌에는 만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쾌감에 속한다. 아픔이나 쾌감 등은 마음의 안이나 밖의 인연에 의해서 나타나는 두 가지 극단이다. 이들은 우리를 그릇된 길로 가게 하므로 붓다는 이를 힘을 다하여 경계하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아픔과 쾌감을 느낀다. 양 극단에 빠지면 안 되지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쾌감은 제쳐두더라도 아픔을 극복하기란 매우 어렵다. 어느 곳이 아프면 흔히 약을 먹거나 외부적으로 치료하면 되지만 마음이 하플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음의 아픔을 없애기 위해 마취제를 맞거나 몸의 아픔을 없애기 위해 약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관절염이나 신경통의 치료제로 쓰이는 부신피질 호르몬제는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많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현대 의약품 중 부작용 위험이 없는 약품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붓다는 몸이나 마음의 아픔을 없애는 방법으로서 약품 따위에 의한 외부적 치료가 아닌, 마음을 바꾸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팔이 아플 때 마음을 팔에 집착하면 더욱 아파진다. 그러나 마음을 다른 사람의 몸으로 옮겨 그 사람의 아픔을 생각하면, 마음이 내 팔에 없으므로 아프다는 생각이 없어져 아픔이 그친다. 이런 사례는 일상적으로 심심찮게 일어날 수 있다. 나의 아픔을 남의 아픔으로 생각하면 아픔이 그치는 경우를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 하여튼 아프거나 가려울 때 그에 집착하지 않으면 그 느낌을 그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의 아픔을 그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아픔을 생각하는 것은 중도의 실천이며, 청정한 정심을 가지는 일이다. 나의 팔이 아프다는 느낌은 내 마음과 아픈 부위에 의해서 생겨났으니, 내 마음에 느낌이 없으면 아픔도 그친다. '나의 팔'은 '남의 팔'에 대한 상대적인 말이므로, '나의 팔'의 아픔이 없어지려면 '남의 팔'로 마음을 옮겨야 한다. '이것'에 대한 집착을 떠나 '저것'으로 가야 한다. 마음은 '저것'으로 가고 있지만 거기에 또한 집착하지 않는다. '저것'에 대한 집착이 없으면 '이것'에 대한 집착도 없으니, 팔의 아픔이 없어진다.

중도란 이것과 저것의 중간이 아니고 이것과 저것을 모두 떠나서 존재한다. 이것을 떠나기 위해 저것으로 가지만 실제로는 저것으로부터 도 떠나게 된다. 뗏목으로 바다로 나아갈 때, 이쪽이나 저쪽의 어느 기슭에 이리저리 닿으면 바다에 닿지 못한다. 중간의 물길로 가야 한다. 뗏목이 이쪽 기슭에 닿았을 때에는 저쪽 기슭으로 밀어 주어야 가운데의 물길로 갈 수 있다. 요컨대 이쪽이나 저쪽의 어느 한 곳에도 집착하지 않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내 몸의 아픔을 남의 몸으로 옮길 수도 있고, 반대로 남의 아픔을 내 몸으로 옮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나와 남은 별개의 존재이면서도 별개가 아닌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중도가 이루어진다. 중도란 나의 아픔을 남의 아픔으로 바꾸고,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바꾸는 마음이기도 한다. 이른바 자비심이다. 집착이 없는 청정한 경지는 바로 중도요, 공의 세계이다. 여기서 '생각하거나 생각하지 않더라도 집착하는 바가 없다.'고 한 구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각하든 생각하지 않든 관계없다. 오로지 그 아픔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되 집착하지 않을 뿐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면서 집착하지 않는 냉정함과 고요함이 바로 청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