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9-2. 태양 같은 지혜를 얻는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7:31

9-2. 태양 같은 지혜를 얻는다.

지식은 고로부터 생하니 고를 얻지 않으면 식도 있을 수 없다. 이것이 고이다. 깨달음이 다한다고 함은 곧 사람이 모두 마땅히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알게 되고, 만물은 모두 마땅히 멸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안다. 이것이 깨달음이 다한 것이다. 비유하면 해가 떠서 네 가지 일을 하는 것과 같다. 첫째는 어둠을 부순다. 곧 지혜는 능히 어리석음을 부순다. 둘째는 밝음을 본다. 곧 어리석음이 제거되어 재혜만이 홀로 있다. 셋째는 색(色)의 만물을 본다. 곧 몸에 있는 여러 가지 나쁜 악로(惡露)들을 본다. 넷째는 만물을 성숙시킨다. 만일 해나 달이 없으면 만물이 성숙하지 못하듯이 사람에게 지혜가 없으면 어리석은 마음 또한 익지 못한다.

해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체는 모두 청정하다. 그러므로 버릴 것이 없다. 지혜가 부족하면 버리게 된다. 마치 폐품을 이용하여 새 물건을 만들 듯이.

고는 나쁘지만 제대로 알면 고를 떠날 수가 있다. 고를 고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괴로움에 빠져서 허덕인다. 

여러 가지 좋고 나쁜 일을 경험하여 풍부한 지식을 얻으면 실패의 경험이 성공의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실패를 인정할 줄 모르고 더불어 그 원인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성공의 좋은 인연으로 바꿀 수 없다. 지혜로운 사람은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삼고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인생경험이 풍부해지면 그 지식이 깨달음에 도움이 된다. 마치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고난을 겪고 견디면서 꽃을 피워 가을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 온실 속에서 자란 꽃나무는 색깔도 곱지 않고 향기도 없으며 열매도 성숙하지 않는다.

사람이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고를 알게 된다. 생로병사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만물은 반드시 이를 통해서 생겨나고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면 고를 떠나게 된다.

사람이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사실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겠으나, 사실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러한 사실을 알아서 그 인연을 살펴 고를 낙으로 바꿀 수 있다. 생로병사를 통해서 고를 떠난 열반적정의 세계로 전환시킨다. 나면 병들고 늙고 죽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곧 인연법에 따른다. 자연법은 늙음과 죽음이 고임을 알게 하고, 이를 통해서 고를 떠나게 한다. 인연법은 나면 병들고 늙고 죽음을 통해서 고를 알고, 고를 통해서 인연을 알고, 인연을 알아서 열반으로 가게 한다.

지혜는 마치 태양의 뜨겁고 밝은 빛과 같고, 달의 서늘하고 밝은 빛과도 같다.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은 밤의 어둠을 사라지게 하고 밝은 세계로 바꾼다. 가치의 전환이다. 어둠이 사라진 후에 밝음이 오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밝음으로 전환된다.

이 세상에는 좋고 나쁜 것이 같이 있다. 밝고 지혜로운 눈이 있으면 나쁜 것과 좋은 것을 보고 분별하여 나쁜 것을 버리고 좋은 것을 취할 수 있다. 지혜도 이와 같으므로 무분별지(無分別智) 속에 분별지가 있다고 한다. 또한 태양이 뜨거운 열기로 만물을 완만히 성숙시키는 은혜를 베풀 듯이, 지혜도 이와 같아서 자비광명이요 무량복덕이다. 그러므로 지혜를 대원경지(大圓鏡智)나 평등성지(平等性智), 묘관찰지(妙觀察智), 성소작지(成所作智)라고도 한다. 이들 네 가지를 다 갖춤이 불지(佛智)다. 

동쪽 하늘에 태양이 떠오르면 송아지도 울고, 종달새도 하늘 높이 날아 울부짖으며,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든다. 대자연은 물론 인간의 삶도 이렇게 이루어진다. 밝은 달밤에 기러기가 줄을 지어 나는 모습도 부처님의 지혜가 완만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랴. 천리 만리를 달빛따라 날아가는 기러기가 곧 부처님의 몸이다.

지혜는 어리석음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이를 바꾸어 성숙하게 한다. 이것이 부처님의 덕이요 가치의 전환이며 절대가치의 창조다. '지혜가 없으면 어리석은 마음도 성숙하지 못한다.'고 했다. 어리석음을 제거하지 말고 성숙시켜야 한다. 어두운 어리석음이 밝은 지혜로 바

뀌어야 한다. 어리석음이나 현명함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의 빛에 의해서 어리석음이나 현명함으로 바뀔 뿐이다. 우리는 모두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청정한 본심이 바로 지혜의 빛이다. 태양빛이나 달빛과 같이 본성은 항상 빛이 나고, 모든 거을 살리는 덕을 갖추고 있다. 

≪금강정경≫에 속하는 ≪대비공지금강대교왕의궤경(大悲空智金剛大敎王儀軌經)≫ 제2권 <청정품>에서는 "이러한 청정을 설함으로 일체는 의혹이 없고, 일체가 거룩한 것을 마땅히 분별하여 설하리라. 오온(五蘊), 오대종(五大種), 육근(六根) 및 육처(六處), 무지(無知), 번뇌의 어둠도 자성(自性)은 모두 청정하도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선교(善巧)로써 일체의 자성이 청정하다고 설하셨다."고 했다.

<청정품>은 이어서 다시 이렇게 설한다. "만일 세간의 어리석은 어둠과 밝은 진실을 알면 곧 이들의 계박(繫縛)으로부터 해탈을 얻으리니 ..... 마음이 청정하므로 일체가 청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