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10. 안반수의로 얻는 깨달음의 세계 - 1. 數息. 相隨. 止의 한계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7:38

10-1. 數息. 相隨. 止의 한계

사람이 안반수의를 행하면 수(數)를 얻고, 상수(相隨)를 얻고, 지(止)를 얻어서 곧 환희한다. 이 네 가지를 비유하면 불을 붙여 연기를 보나 그 연기로는 사물을 익히지 못함과 같다. 어떤 기쁨의 작용을 얻으나 아직 요긴함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설
수는 수식(數息)으로서, 수를 열까지 세어서 숨의 들어오고 나감에 정신을 집중하여 이를 길들이는 첫 단계이다. 상수는 되풀이하여 수를 세면 마침내 수를 세지 않아도 정신이 숨에 집중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수를 세는 방편을 빌리지 않더라도 숨과 마음이 자연히 서로 따르게 되어 하나가 된다.

지는 마음을 뜻대로 움직여서 어떤 사물에 머물게 할 수 있는 단계이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잡다한 생각을 정리하여 한 곳으로 모으고 정신을 집중하는 힘이 생겨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생리적으로 보면 수식은 횡경막의 수축을 조장하여 복압력(腹壓力)을 길러서 몸 속의 피를 심장으로 몰아넣고, 다시 탄산가스를 토해 뇌순환을 원활히 하여 신체 기능이나 정신활동을 활발하게 해준다. 이렇게 되면 다음 단계의 상수에서는 이런 작용이 무의식적으로 행해져 조화로운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이때는 마음이 멋대로 달려나가지 않으므로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고, 신체기능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피로를 모르게 된다. 이로써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된 경지에 이른다.

지에서는 정신기능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던 호흡이나 정신집중이 의식적으로 한 곳에 작용하게 된다. 마음이 호흡을 부리고 호흡이 마음을 부리면서 마음과 호흡이 하나가 되어 집중적으로 작용하는 단계이다. 이때는 마음에 따라서 몸이 움직이고 몸에 따라서 마음이 움직이므로 몸은 마음의 뜻대로 되고 마음은 몸의 뜻대로 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못 하였거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고 감득하지 못했던 힘을 감득하게 되어 특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가령 꽃이 한 송이 있다고 하자. 꽃에 마음을 쏟지 않고 예사로 보면 그 꽃이 좋은 줄 모른다. 그러나 꽃에 마음이 끌려서 호흡이 가라앉고 호흡과 정신이 하나가 되어 꽃에 정신을 집중하면 그 특징을 발견하고 예쁘다거나 향기롭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다. 이때는 그 꽃에만 정신이 집중되고 호흡도 정신과 더불어 조화된다. 그래서 그 꽃을 보고 기쁨을 느끼게 된다. 기쁨은 꽃과 마음이 하나가 된 데에서 얻어지는 감정이다. 완전히 하나가 되면 꽃이 나요, 내가 꽃이다. 여기에서 꽃과 내가 서로 통하는 환희가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네 단계로는 안반수의, 곧 숨이 들어오고 나감에 정신을 집중하는 단계에 도달할 수 없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경에서는 이를 '얻을 것을 아직 얻지 못했다.'고 했다. 이는 마치 부싯돌로 불을 붙이면 연기가 피어올라 불기운을 보기는 했으나, 활활 타오르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불을 본 단계가 지(止)이다. 

불꽃을 보면 '아, 불이 일어난다.'하고 기뻐하지만 불은 더 일어나야 한다. 활활 타올라 고기를 굽든지 찌개를 끓일 수 있어야 한다. 경에서는 '어떤 기쁨의 작용을 얻으나 아직 요긴함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요긴함은 불이 활활 붙어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불의 가치가 있듯이 안반수의도 다음 단계인 관과 환, 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단계는 '사물을 익히는'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