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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반수의에는 열여덟 가지 고뇌가 있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도에 따르지 않게 한다. 첫째는 애욕, 둘째는 노여움, 셋째는 어리석음, 넷째는 희락, 다섯째는 만(慢), 여섯째는 의(疑)이다. 일곱째는 행상(行相)을 받지 않음이요, 여덟째는 타인의 모습을 받음이요, 아홉째는 생각하지 않음이요, 열 번째는 다른 생각이요, 열 한번째는 생각이 채워지지 않음이요, 열두번째는 지나친 정진이다. 열세번째는 정진에 미치지 않음이요, 열네번째는 놀람과 두려움이요, 열일곱번째는 조바심이여, 열여덟번째는 마음의 욕망을 없애지 못함이다. 이를 열여덟 가지 고뇌라고 한다. 이 열여덟 가지 인연을 지키지 않으면 도를 얻지 못한다. 지킴으로써 곧 도를 얻는다.
해설 호흡과 명상의 수련에 장애가 되는 열여덟 가지 걸림돌이 있다. 이들 18종의 장애는 우리가 도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서 주로 정신적인 잘못들이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애욕: 애욕은 흔히 탐욕이라고 하는데 식욕, 성욕, 재욕, 명예욕 등을 비롯한 지나친 욕심을 말한다. 탐욕은 마음을 들뜨게 하므로 호흡이나 정신집중에 장애가 된다. 그래서 깨끗한 마음을 더럽힌다고 말한다.
(2)노여움: 노여움은 심한 감정의 격동이다. 뜨거운 격정이라고도 한다. 뜨거운 격정은 냉정한 이성을 흐리게 하며 신경을 흥분시키므로 호흡이나 정신집중이 되지 않는다.
(3)어리석음:어리석음은 지난 일을 잊지 못하고 매달리거나 앞일을 걱정하는 등 한 가지 일에 마음을 쓸 수 없게 한다. 지금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생각하거나 따르면 어리석은 것이다. 호흡은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는 생명의 나타남이다. 호흡의 출입에 정신을 집중하면 현재의 삶을 살리게 된다. 과거나 미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를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이 가장 현명하며 호흡에 정심을 집중하는 안반수의를 이룬다.
(4)관능적인 쾌락: 쓸데없는 쾌락이다. 순간적인 쾌락이니 관능적이다.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피부로 느끼는 것 등의 관능적인 쾌락에 따라서 이에 빠져들면 마음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 마음에 안정이 없고 관능을 쫓아서 밖으로 달려나가기만 하여 정신이 산란하고 쾌락이 사라지면, 실의에 빠져서 삶의 의욕을 잃으니 호흡도 초침(焦沈)하고 정신도 혼침하여 심신이 쇠퇴하고 만다. 이런 사람은 안반수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5)오만: 오만도 일종의 격앙된 감정의 표현이다. 오만은 남을 낮게 보므로 남과 조화롭게 지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살릴 수 없게 한다. 안반수의는 자신을 지키는 것이므로 이러한 오만은 잘못이다.
(6)의혹: 남을 의심하는 마음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고 의심하면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 안반수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적은 일 같지만 우리로 하여금 안락한 세계, 지혜로운 세계로 가게 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믿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호흡도 명상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7)행하는 모습을 받지 않음: 호흡이 잘 행해지고 있는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흡조절이 잘 되고 마음이 집중되어 숨과 마음이 조화된 모습은 경에서 설해진 그대로요, 붓다의 모습이나 행동속에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붓다의 32상이 아나파나사티의 완성임을 믿어 받아들이지 않거나, 또는 《삼십칠도품경》에서 설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붓다의 32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호흡이 마음과 조화되어 청정의 세계에 가 있고, 《삼십칠도품경》의 내용은 곧 청정으로 가는 과정이며 결과이다.
(8)타인의 모습을 받음: 타인의 모습을 받는다 함은 수식에서 상수로 가고 다시 관으로 가야 하는데 아직 수식도 되지 않았으면서 상수로 가는 것과 같다. 곧 앞서 간 남을 따르는 것이다. 경에서 설명하기를 '행이 서로 따르는 것이다.'라고 했다. 남의 행을 따라서 자신이 밟아야 할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올바른 안반수의의 길이 아니다.
(9)생각하지 않음: 생각이 한결같지 않아 주의력이 없고 산만하여 집중이 되지 않는다. 호흡을 생각하여 그 생각과 숨을 같이해야 안반수의이다.
(10)다른 생각: 정신이 호흡에 집중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면 호흡도 들어오고 나감에 따르지 않고, 숨도 달라져서 심신에 장애를 가져오게 된다. 숨이 들어올 때는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나갈 때는 나간다고만 생각해야 한다. 또한 숨이 길면 길다고 생각하고 짧으면 짧다고만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안반수의가 제대로 행해진다.
(11)생각이 채워지지 않음: 생각을 끝까지 한결같이 유지하지 못하고 중도에 다른 생각이 들어오는 경우이다. 단계를 밟아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12)지나친 정진: 단계를 밟아서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지나치게 욕심을 내 무리하게 수행하는 경우다. 지나치면 부족함과 같다. 지나치게 과격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태만하지도 않고, 중도를 지켜서 단계를 밟아 편안한 마음으로 안반수의를 닦아야 한다.
(13)미치지 않는 정진: 방일(放逸)하여 부지런히 닦지 않음이다. 정진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반수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 안반수의는 꾸준한 정진이 없으면 닦을 수 없는 호흡법이다. 성급하게 어떤 효과를 보려고 과격하게 행하면 좋지 않고, 효과를 의심하여 노력하지 않아도 좋지 않다. 정진은 올바르고 좋은 것에 대한 노력이다. 그 반대는 게으름이며 자포자기다. 정진에는 인내가 따른다.
(14)놀람과 두려움; 놀라거나 두려워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며 숨을 잘 쉬지 못한다.
(15)지나친 마음의 억제: 마음은 법에 따라서 일어나고 사라지는데, 지나치게 억제하면 몸의 기능도 억제 당해 건강을 해친다. 지나친 금욕은 욕구불만으로 인해서 또 다른 죄를 짓게 한다.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일어나지 않는 억제가 이상적이다. 억지로 누르면 더 큰 반발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16)근심: 우울은 마음의 안정을 방해하고 심해지면 우울증을 일으키게 하므로 근심걱정이 쌓이면 올바른 호흡을 하려는 의욕도 없어진다. 이런 사람은 안반수의를 믿지도 않고 행하려는 의욕도 없다. 그러므로 기분전환을 해서 명랑을 되찾아야 한다. 우울증이 사라지면 만사에 의욕이 생기고 안반수의도 의욕적으로 닦게 된다.
(17)조바심: 마음이 산만하고 초조한 사람은 안반수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호흡수련은 자신과의 싸움이므로 침착하고 대담하며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할 수 있다. 끝까지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와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만 최고의 경지인 청정에 이를 수 있다. 그러려면 초조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
(18)마음의 욕망을 없애지 못함: 욕망을 달리는 대로 버려두면 진리를 멀리하고 그릇된 생활을 하게된다. 안반수의는 마음의 욕망을 없애는 길이기도 하다.
이상 18종의 장애물은 안반수의에 의해서 제도(濟度)된다. 장애물은 스스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없애려고 노력해야 하니 가장 쉽고 즐거운 방법인 안반수의법으로 제거될 수 있다.
장애가 제거되면 안반수의가 올바르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경에서 18종의 고뇌라며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본 것이다. 따라서 이들 18종의 장애가 없어지는 인연인 안반수의를 지키지 않으면 도를 얻지 못한다. 호흡을 조절하는 법과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는 법을 잘 지켜서 고뇌가 없어지는 인연을 실천하면 올바른 호흡이 이루어져서 도가 얻어진다.
모든 것의 근본은 마음이다. 올바른 호흡도 마음이 올바른 상태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든 18종의 장애는 모두 잘못된 마음가짐들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고뇌를 가져오고 정신을 산만하게 하여 광란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몸도 상하게 한다. 마음과 몸은 떠날 수 없는 관계에 있으므로 몸의 건강은 올바른 마음에서 비롯된다. 올바른 마음은 올바른 호홉을 가져오고, 올바른 호홉은 올바른 마음을 가지게 한다. 이들이 모두 인연법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붓다는 호흡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에도 인연법을 살려야 하고 도를 얻는 데에도 인연법을 살려야 한다고 설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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