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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을 행함은 또한 《삼십칠품경》을 행함이 된다. 묻되, 어찌하여 《삼십칠품경》을 행하는 것이 됩니까. 답하되, 수식은 사의지로 들어간다. 어찌하여 사의지가 되는가. 또한 사의단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생각을 기다리지 않으므로 사의단이 된다. 또한 사신족에 들어간다. 믿음에 따라 씀으로써 신족이 된다.
해설 수식 등을 행하면 《삼십칠품경》에서 설하는 수행이 되는 이유를 다시 설명하고 있다. 수식 등이 사의지가 되고 또한 사의지 다음에 사의단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사의지가 사의단으로 들어가는 이유를 설명하기를 '생각을 기다리지 않으므로 사의단이 된다.'고 했다. '생각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음이 몸이나 감각작용, 생각이나 사물에 집중되어 흔들리지 않는 정지 상태에서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이 일어나면 게을러지고 악한 생각을 하고 선을 보되 행하려 하지 않는다. 선은 마음이 고요한 청정본심에서 스스로 행해진다. 악은 마음이 고요함을 떠나서 흔들린 것이다. 외부의 유혹에 끌리는 것도 마음이 흔들린 것이요, 선을 멀리하고 악을 생각하는 것도 마음이 일으킨 것이다. 마음에 때가 묻어서 탐진치가 생긴다. 그래서 이러한 번뇌를 염오심(染汚心)이라고 한다. 염오심은 고요하지 않은 마음이다.
경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집중된 마음이 한결같으므로 사의단이 스스로 행해진다. 또한 사의단이 되면 어찌하여 사신족이 이루어지는가. 믿음의 힘에 따라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믿음에 따른다.'는 곧 신력(信力)을 말하는 것으로, 믿음이란 마음에 의심이 없어진 상태이다. 의심은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한다. 그러므로 믿음에 이르면 불안이나 자신 없는 마음이 사라지고 온화한 마음으로 돌아와 자신이 생긴다. 마음에 의혹이 없고 스스로 믿는 마음이 생기면 그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여 특수한 능력을 보이게 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신념을 가지고 임하고 성취하기 위해 마음이 항상 같이해 주면 반드시 소망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욕신족이며 믿음의 힘에 마음이 따른 것이다.
또한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끊임없이 용감하게 행하면 뜻밖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데 이는 마음이 잘 따라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진신족이다. 또한 마음이 항상 전일하게 유지되어 있는 심신족은 우리 마음의 본래 모습으로서 가장 이상적이다. 이러한 능력은 마음이 전일하게 따르는 데서 얻어진다.
또한 사물을 분별하여 진리에서 벗어나지 않게 되는 혜신족도 마음이 고요함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때에 나타나는 특수한 능력이다. 이런 것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이요, 마음의 고요로부터 있게 된다. 신심(信心)은 곧 온화심(溫和心)이라고도 말해진다.
《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 5권에서 "이미 신족을 얻었으니, 이를 신근(信根)이라고 한다..... 오근이 구족하여 믿음이 온화하니 이를 신력이라고 하고, ....몸과 마음에 믿음이 있고 유화(柔和)하여 흩어지지 않으니 이를 신각의(神覺意)라고 한다."고 하였다.
사신족에 의해서 신근 등 오근이 생기고, 오근에 의해서 신력 등 오력이 생기며, 오력에 의해서 신각의 등 칠각지가 있게 된다.
이렇게 생각할 때 수식 등의 여섯 가지는 《삼십칠품경》에서 설하고 있는 모든 것을 구족하게 하는 바탕이 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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