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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를 아는 것은 고를 근본으로 삼음이요, 고로 삼는다 함은 몸이 있고 고에 따르는 인연이 되는 것이다. 일어남은 만물을 보는 것이요, 고의 습은 고를 근본으로 삼고, 고로부터 인연이 생한다. 다한다 함은 마땅히 만물이 모두 패하고 괴멸함이니 고의 습을 더하게 된다. 또한 마땅히 여덟 가지 도 속에 들어간다. 도인은 마땅히 이 여덟 가지 도를 생각할지니, 이를 넷이라고 하고 네 가지 고라 하여 사신족념을 얻은 것이다.
해설 모든 것은 인연법을 떠날 수 없다. 인연법으로 생하고 멸하는 이치를 알면 고를 안다. 고란 인연법이기에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연법을 모르기 때문에 상, 낙, 아, 정의 전도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인연법을 알면 사념처나 아의념단을 얻는다. 일체의 사물은 인연에 의해서 생하고 멸하니 인연을 알면 고가 근본임을 안다.
우리에게 몸이 있다는 사실도 인연에 의한 것이므로 곧 고이다. 그러므로 고에 따르면 인연을 따르게 된다. 고를 고로 알고, 그 고의 원인인 인연에 따라서 고를 낙으로 바꾸는 인연을 맞아야 한다. 고의 인연의 근본이 집(集)이요, 그 원인을 없애는 인연이 팔정도다.
내 몸은 인연에 의해서 생긴 것이다. 연기(緣起)라고도 하니 인연에 의해서 우리의 몸이 생겼다. 이를 '몸이 있음이 고다.'라고 했다. 모든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연법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인연에 따라서 일어난 힘이 쌓여서 훈습이 되어 일으키고 멸하게 한다. 고 속에서 생하고 멸한다. 고를 알면 고가 생멸하는 도리를 안다. 고가 생멸하는 도리를 보면 원인이 있음을 알고, 그 원인의 생멸도 알게 된다. 더불어 고를 멸하는 길이 여덟 가지 도임도 알게 된다. 그러므로 고를 아는 자는 팔정도로 들어가게 된다. 여덟 가지 도는 고를 아는 속에 있고, 고를 아는 것은 사념처와 사의념단 속에 있다. 네 가지 생각에 머무는 것, 네 가지 그릇된 마음을 끊으면 바로 네 가지 고로 들어간 것이다. 이 네 가지 고가 사신족을 얻는 생각이다. 유루법(有漏法)과 무루법(無漏法)은 모두 인연생이기 때문이다. 고는 인연을 따르므로 사신족의를 얻는다고 했다.
앞에서 말한 사념처, 사정근(사의념단) 중에는 이미 정(定)이 있다. 정이 있고, 정진이 있고, 정근을 얻는다. 정의 인연으로 도를 얻는다. 정에 들지 않으면 사념처도 얻지 못하고 사정근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정은 사여의족(四如疑足)이다. 여의족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뜻하는 바를 이룬다. 이 또한 지혜의 힘이다.
사신족념은 사정근을 행할 때 정을 얻어서 마음이 한결같이 한곳으로 움직여 특수한 힘이 나타나게 한다. 가령 음식을 할 때 양념을 넣지 않으면 맛이 없고, 넣으면 원하는 맛이 되는 것이나 먼 길을 갈 때 속히 가려면 걷는 것보다는 차를 타는 것이 더 나음과 같다. 이와 같이 수행자는 사념처에 머물러서 지혜를 얻고, 사정근을 닦아 그 속에서 올바른 정진을 하면, 그 정진력 때문에 지혜가 더해져서 지혜와 정의 힘이 평등하게 작용하여 여의족을 얻는다.
수식 등의 호흡조절은 실로 한결같은 일념으로 정을 얻고, 그 정의 힘으로 지혜를 얻으니 사여의족념으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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