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을 근본 삼고., 오욕의 유혹 경계해야...
좌선에 임하기 전에 유념해야 할 또다른 것으로 계율의 수지에 대한 것이 있다. 지계청정은〈마하지관〉등에서 수행을 시작하기 이전에 준비해야 할 25종 중 제일 첫번째로 들고 있을 만큼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수행인이 올바른 해탈을 얻고자 한다면 바드시 계율로 근본을 삼아야 하나니 계로 인해 정이 생기고 정에 의해 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라는〈유교경〉의 구절처럼 정혜의 근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선종에서의 계율관은 ‘지키고 범하는 것이 본래 생함이 없는 것이나 어리석은 사람은 계율에 사로잡혀 스스로 금하고 얽매인다’고 하고 있는 지공화상의 설을 비롯해 모든 악을 짓지 않는 것이 계요, 망념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계라고 하고 있는 신회 및 이후 여러 선사들의 언급과 같이 직접적인 행계(行戒) 보다는 근원법에 바탕한 심계(心戒)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수행자는 체득의 경지에서 언급되는 근본법과 일상사의 경계일 수밖에 없는 현상법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근원법에서는 모든 것이 실체가 없고 생함이 없는 공(空)이지만 현상법에서는 필연적으로 인과를 수반하며 연기의 법칙에 순하게 되어 있다. 달마가 진성(眞性)의 세계를 언급하면서도 구체적 행에서는 보원행(報寃行), 곧 수행시의 어려움에 대해 과거의 무한겁 이전부터 원한과 증오심으로 행한 악업의 결과라 생각하고 그 과보를 갚는 것으로 여기라는 것도 여기에 그 의미가 있다.
〈초심문〉에서 지키고 범하는 것을 잘해야 한다는 것도 상황에 따른 능동적 자세를 말하는 것이지 계율의 무시나 부정은 아니며,〈선가귀감〉에서는 ‘음란하면서 참선을 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과 같고, 살생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귀를 막고 소리지르는 것과 같으며, 도둑질하며 참선하는 것은 새는 그릇에 물 차기를 바라는 것과 같고, 거짓말하며 참선하는 것은 오물로 향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것으로 모두가 마도(魔道)가 될 뿐이다’고 단언하고 있다. 서산의 가르침처럼 막행하는 부처는 없으며, 소림문하에 거짓말하는 조사는 없는 것이다.
덧붙일 것은 25종의 준비사항 중에 색·성·향·미·촉이라는 인간의 다섯 감각기관의 욕망에 반연하는 외적 조건을 조심하라는 가오욕(呵五欲)의 부분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아름다운 외모나 형상, 진귀한 물건, 귀를 자극하는 온갖 소리, 향기로운 냄새 등의 온갖 내음, 미욕(味欲)을 부추키는 맛있는 음식,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 등을 말하는 것으로 정해진 율의만이 아니라 수행자 자신을 유혹하고 속박하는 외적 조건 또한 경계하라는 것이다.
감각적 자극에 휩쓸리거나 근원법만을 탐닉하는 것은 입문자의 자세가 아니다. 수행은 방종이 아니며, 철저한 자기통제와 자아성찰을 기본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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