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參禪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좌선의 준비사항 (3)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8:24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좌선의 준비사항 (3)

외부 번잡함 없는 수행처·새벽시간 ‘최적’

선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먼저 살펴야 할 사항 중의 하나로 장소에 대한 것이 있다. 수행 장소는 원시경전을 포함해 선수행의 방법을 기술하고 있는 모든 전적들에서 거의 빠짐없이 언급하고 있을 만큼 중시되고 있는 내용이다.

이들 자료들에서 밝히고 있는 이상적인 수행 장소는 한적하고 고요한 곳, 곧 한정처(閑靜處)이다. 조사선에서는 특별한 장소를 규정하지 않고 일상사의 행주좌와 어묵동정 모든 행동에서 수행이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고 있지만 장소나 행동에 구애받지 않고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일정 경지에 오르지 못한 초학자는 필연적으로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런 연유로 한적하고 고요한 장소를 택해 수행하도록 설하고 있는 것이다.

〈대념처경〉의 ‘아란야(阿鍊若)에서나 나무 아래, 혹은 공처(空處)에 가 앉아 가부좌 자세를 하고…’나, ‘일이 없는 곳, 산 속, 나무 아래, 편안하고 고요한 처소로 가 좌선 사유하되 방일하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중아함〉’, ‘비구들아, 적정무위의 법, 안락을 구하고자 한다면 응당 시끄럽고 산만한 곳을 벗어나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머물도록 하라.〈유교경〉’, ‘항상 공한처(空閑處)에서 깊이 선정을 닦아야 할 것이니…〈법화경〉’고 하고 있는 여러 경론들을 비롯해 초학자가 좌선할 때에는 고요한 장소를 택하라고 하고 있는〈능가사자기〉의 도신장과〈좌선의〉등의 설들이 모두 이에 대한 내용들이다.

또한 부처님께서 초기 수행자의 처소로 강조하셨던 수하좌(樹下坐)나 죽림정사의 기증을 계기로 ‘도시에서 멀거나 가깝지 않고, 사람들의 소리가 없어 명상에 적당한 곳’을 언급하고 계신 것도 이와 관련한 말씀이다.

천태는〈마하지관〉에서 이를 사람들의 칭찬이나 훼방이 없는 깊은 산 속, 사람들의 왕래가 없고 욕심을 멀리 할 수 있는 장소, 한가하고 고요한 아란야의 셋으로 분류하며 이런 곳이 가장 좋은 장소라고 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인적이 드물고 목축 소리가 들리지 않는 아란야나 산 속 등 외부의 번잡함으로부터 영향받지 않는 곳을 최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재가 수행자들이 이런 곳을 택해 수행에 전념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따라서 현대의 지도자들은 가정에서라도 이런 환경을 만들어 수행하도록 권하고 있다. 다른 가족들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을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시간에, 그리고 눈이나 귀, 코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TV나 전화, 냄새나는 것 등 주변을 정리정돈하고 수선에 임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진 눈, 코 등의 여섯 감각기관에 영향받지 않을 최적의 여건이 갖추어진 곳, 그 곳이 재가 초학자의 가장 좋은 선수행처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