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參禪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경전에서의 마음 조절법 (9)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20:59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경전에서의 마음 조절법 (9)

 

시대와 근기에 적합한 경전 수행법 주목해야...

지금까지 경전상에 나타난 수행법들을 살펴 보았다. 그러나 이들 행법은 중국 이후 거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 방법을 세분화되고 단계적 구조를 띤 행법, 점층적 체계의 증과(證果) 형태, 오랜 시간이 필요한 수행법 등으로 보면서 직입(直入)의 방법으로 현실에서 성불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긴 중국인들의 사유방식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달마 이후 일관된 시각이고, 특히 간화선과 묵조선은 이와 완전히 다른 수행 구조를 보이고 있다. 사상과 행법에서의 전체성, 근원을 향한 접근방식에서의 직접성, 하나의 문제만을 수행 대상으로 하는 간단명료함, 그 하나의 문제 해결이 곧바로 최고의 증과를 가져온다고 여기는 점 등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달마, 구체적으로 혜능 이후, 경전의 수행법이 주된 수행법에서 제외되거나 폄하되면서 사장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이들 방법이 효과가 없다거나 비능률적이기만 한 것인가. 필자는 특히 간화의 행법이 최고의 수행법임에는 틀림없다고 여기지만 명안(明眼) 조사에 의해 대의단이 곁들여진 활구(活句) 참구가 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도 있으며, 이를 위한 근기의 배양이 필요하다고 본다.(〈단경〉에서부터 언급되어 있듯 중국의 수행법은 上根者의 행법이며, ‘근기와 상관없이’라는〈서장〉의 구절은 대혜의 지도하에 이루어지는 내용이다.)

또한 행법 자체로서의 의미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대승을 수행하는 사람도 수식관이나 부정관을 닦아야 한다고 한 혜원이나 조식(調息)을 강조한 천태 및 종색의 수선법, 일반인을 위한 수행법을 전개한 백은(白隱)의 가르침들이 이미 이를 말해주고 있다.

백은은 마음을 발바닥에 집중하면 101가지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두한족열(頭寒足熱)법과 함께 머리에서 향기로운 물을 내려붓는 연수법을 설하고 있는데, 이는〈선비요법경〉의 제16 사대관법(四大觀法)이나 제20 난법관(暖法觀)에서 차용, 발전시킨 방법이다. 혜원 등의 가르침은 선정력 증대나 바른 수행, 수행시 장애 제거를 위한 기본사항이라고 하겠으며, 백은은 현대인들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한 예증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궁극적 깨달음보다는 질병치유나 정신력 향상 등 현상적 효과를 위해 이른바 제3수행법 등에 매달리고 있으며, 이들 방법을 살펴보면 이미 경전에서 수없이 언급되고 있는 내용이거나 그 변형에 불과하다. 비록 기능선이라 하더라도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으며, 이는 본래면목의 체득을 위한 발심의 동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행법에 대한 진솔한 고찰과 함께 시대 및 수행에 적합한 경전 수행법의 재고가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