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參禪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중국의 수행법 (4) - 간화선 ②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21:09
[종호스님의 참선강좌] 중국의 수행법 (4) - 간화선 ②
 
화두 참구를 통해 곧바로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체득하는 간화 수행에는 어떤 단계도 설정되어 있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화두 일념의 방법이며, 그 화두 하나에는 모든 사상이나 행법이 함축되어 있어 들 때는 낱개이지만 들고나면 전체가 현현되는 소위 거일종천적(擧一從千的) 종합수행론이다.

이런 간화선법은 주창자 대혜에 의해 정립된 것이지만 그 이전에도 이미 간화 형태의 참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전개 과정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

간화선의 형성에는 사상적인 면과 수행원리의 변화가 그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초기경전부터 대승경전에 이르기까지 일관해 온 불교의 핵심 주제를 자신의 참모습, 이른바 ‘본래면목’이라는 것으로 통합하고, 세상 만유(萬有)의 모든 것들이 이와 불이(不離)의 관계에 있다는 사상적 바탕 하에 조사가 제기한 과제를 비사량이고 비논리적 방법으로 참구하여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벽암록〉등 공안집에 의하면 간화 참구의 주제는〈잡아함〉등의 원시경전을 비롯해〈수능엄경〉과 같은 대승경전 및 달마의 확연무성(廓然無聖)과 마조의 일면불월면불(一面佛月面佛) 등 수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실제 경전 성립기나 이들 조사들 시기에 간화적 참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선종사에서 간화 형태의 참구가 최초로 행해진 것은 선종오가(禪宗五家)의 탄생 무렵, 곧 청소하다 기와조각이 대나무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깨달았던 향엄이나 스승 황벽에게 ‘불법의 분명한 의미’를 물었던 임제, 돌이나 나무 등 무정물도 설법한다는 무정설법(無情說法)을 참구했던 동산 등 9세기 중기 무렵이며, 본분향상사(本分向上事)의 참구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동산의 제자 조산도 간화적 참구를 보이고 있다.

이후 송대에 들어 최초로 백칙송고(百則頌古)를 지은 분양선소(947~1024)는 18종으로 공안을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당시에 간화적 수행 형태가 상당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어 임제종 양기파에서 파생하고 있는 오조법연(?~1104)-원오극근(1063~1135)-대혜종고(1089~1163)의 계열에서 간화 수행이 정착하고 있다. 특히 오조법연은 ‘무자화(無字話)’의 강조를 통해 공안 참구를 본격화시킨 인물이며, 제자 원오극근은〈벽암록〉의 저술로 간화 수행의 전거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계승한 대혜에 이르러 완전한 간화선으로 정착하고 있다.

일찍이 현상적 과제보다는 본질 문제의 파악을 강조한 비사량적 수행 형태가 조사선자들에 의해 현상계 모든 것들을 구도의 과제로 삼는 현성공안의 형태로 발전하고, 이에 의해 나타난 조사들의 가르침을 고칙화하며 공안으로 삼아 참구하던 것이 법연과 원오에 이어 대혜에 의해 간화선으로 정립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