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10. 나태함을 일깨운 입적 / 법지 지례 (法智知禮)존자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1:04
 

10. 나태함을 일깨운 입적 / 법지 지례 (法智知禮)존자



법지존자 (法智尊者:960~1028) 의 법명은 지례 (知禮) 이다. 나이 40이 되면서부터 눕지

않고 늘 앉았으며 문밖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법을 물으러 다니는 일도 모두 그만두었다. 하

루는 문도들에게 말하였다.

ꡒ반 줄의 게송을 보고도 자기 몸을 잊고, 한마디 법문을 듣고도 불 속에 몸을 던진다 하였

다. 성인들은 법을 위해 이렇게까지 마음을 썼는데, 내가 신명을 던져 나태한 이들을 일깨우

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있겠는가."

그리고는 도반 열 사람과 3년 결제로 법화삼매 (法華三昧) 를 닦고 3년 기한이 되면 함께

몸을 태우자고 하였다.

이때 한림학사 (翰林學君)  양억 (陽億:大年) 이 편지를 보내 세상에 머물러 주기를 간곡히

청하면서, 정토를 좋아하고 속세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기도 하였다. 스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ꡒ종일토록 모든 상 (相) 을 깨트려도 모든 법 (法) 은 이루어지고, 종일토록 법을 세워도

티끌까지도 다 없어집니다."

그러자 양억이 다시 물었다.

ꡒ보배나무에는 바람이 읊조리고 금빛 도랑에는 파도가 인다고 하니, 이것은 어떤 사람의

경계입니까?"

ꡒ보고 듣고 하는 경계일 뿐 도리는 없습니다."

ꡒ법화경과 범망경은 모두 마왕의 설법입니다."

ꡒ부처와 마왕과는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양공은 교리를 가지고도 스님을 굴복시킬 수 없고 말로서도 만류할 수 없음을 알았다. 마침

내 자운 (慈雲) 법사에게 편지를 내어 항주 (杭州) 에서 명주 (明州) 로 오게 하여, 법사가

직접 그들의 결의를 막아 줄 것을 부탁하는 한편 고을의 장수에게는 그들을 보호하여 분신

할 틈을 주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이 해에 양공은 스님에게 법호를 내려 줄 것을 조정에 청하였다. 진종 (眞宗) 황제가 양공을

불러 까닭을 물으시니, 공은 이 기회에 스님께서 몸을 버리려 한다는 일을 아뢰었다. 황제가

기뻐 찬탄하면서 양공에게 ꡒ세상에 머물러 주십사는 내 마음을 꼭 전하라"고 거듭 말하며,

법지 (法智) 라는 법호를 내리셨다. 이 일로 원행 (願行) 이 실현되지 않자, 스님은 도반들

과 다시 광명참법 (光明懺法) 을 닦아 자연스럽게 입적하자고 약속하였다. 닫새째 되던 날,

가부좌한 채 대중을 불러놓고 말씀하셨다.

ꡒ사람이 났다가 죽는 것은 당연한 분수다. 그대들은 쉴 새없이 부지런히 도를 닦고, 내가

살아 있을 때나 마찬가지로 나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말이 끝나자 스님은 염불을 하면서 세상을 떠났다. 「교행록등 (敎行錄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