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15. 전생에 쓴 능가경 / 장문정공 (張文定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1:14
 

15. 전생에 쓴 능가경 / 장문정공 (張文定公)



장문정공 (張文定公:張齊賢, 宋 太宗․眞宗代의 총신) 은 전생에 낭야사 (琅耶寺) 의 지장

(知藏:장경각에서 경전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소임) 이었는데, 「능가경 (磅伽脛)」을 베끼

다가 다 쓰지 못하고 죽게 되자 내생에 꼭 다시 쓰겠다고 발원하였다.

뒤에 제주 ( 州) 에서 지사 (知事) 가 되어 낭야산에 왔다가 도량을 두루 걸어다녔는데, 어

쩐지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장경각에 이르자 퍼뜩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대들보 사이의 경 (脛)  상자를 가리키며 "저것은 내 전생의 일이다!" 하고는, 가져오게 하

여 들여다보니 과연 「능가경」이었으며 글씨체가 금생과 똑같았다. 한번은 그 경을 읽다가

ꡒ세간이 생멸을 떠난 것이 헛꽃 같은 일이며, 지혜는 유무가 있을 수 없어도 자비심을 일

으킨다"고 한 대목까지 읽고는 마침내 자기 지견이 밝아져 게송을 지었다.



한 생각이라도 생멸이 있으면

천 가지 일이 유무에 묶이는데

신검의 칼끝을 가볍게 드는 곳에

쟁반 위의 구슬이 튀어나오네.

一念存生滅  千機縛有無

神鋒輕擧處  遂出走盤珠



만년에 이 경 (脛) 을 꺼내 소동파 (蘇東坡) 거사에게 보여 주면서 그 내력을 이야기하였

더니, 소동파가 경 끝에 제 (題) 를 달고 그것을 비문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