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전생에 쓴 능가경 / 장문정공 (張文定公)
장문정공 (張文定公:張齊賢, 宋 太宗․眞宗代의 총신) 은 전생에 낭야사 (琅耶寺) 의 지장
(知藏:장경각에서 경전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소임) 이었는데, 「능가경 (磅伽脛)」을 베끼
다가 다 쓰지 못하고 죽게 되자 내생에 꼭 다시 쓰겠다고 발원하였다.
뒤에 제주 ( 州) 에서 지사 (知事) 가 되어 낭야산에 왔다가 도량을 두루 걸어다녔는데, 어
쩐지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장경각에 이르자 퍼뜩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대들보 사이의 경 (脛) 상자를 가리키며 "저것은 내 전생의 일이다!" 하고는, 가져오게 하
여 들여다보니 과연 「능가경」이었으며 글씨체가 금생과 똑같았다. 한번은 그 경을 읽다가
ꡒ세간이 생멸을 떠난 것이 헛꽃 같은 일이며, 지혜는 유무가 있을 수 없어도 자비심을 일
으킨다"고 한 대목까지 읽고는 마침내 자기 지견이 밝아져 게송을 지었다.
한 생각이라도 생멸이 있으면
천 가지 일이 유무에 묶이는데
신검의 칼끝을 가볍게 드는 곳에
쟁반 위의 구슬이 튀어나오네.
一念存生滅 千機縛有無
神鋒輕擧處 遂出走盤珠
만년에 이 경 (脛) 을 꺼내 소동파 (蘇東坡) 거사에게 보여 주면서 그 내력을 이야기하였
더니, 소동파가 경 끝에 제 (題) 를 달고 그것을 비문에 새겼다.
'인천보감(人天寶鑑)'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 석란문 (繹亂文) / 희안수좌 (希顔首坐) (0) | 2008.02.20 |
---|---|
16. 몹쓸 병으로 죄값을 치르다 / 기 선사 (0) | 2008.02.20 |
14. 참학 (參學) 하는 일 / 시랑 양억 (楊億) (0) | 2008.02.20 |
13. 화엄경을 칭송함 / 손사막 (孫思邈) (0) | 2008.02.20 |
12. 공덕(功德) / 보지 (寶誌) 선사 (0) | 2008.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