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정종기 (正宗記) / 명교 설숭 (明敎契嵩) 선사
명교 설숭 (明敎契嵩:1007~1072, 운문종) 선사는 등주 (藤州) 사람이다. 출가한 뒤 늘 관음
상 (觀踵像) 을 머리에 이고 하루에 십만번씩 명호를 불렀는데 그러는 동안 세간의 경서는
배우지 않고도 능통하게 되었다. 동산 효총 (洞山曉聰) 선사에게서 법을 얻고 경력 (慶
曆:1041~1048) 년간에 전당 (錢塘) 요호산 (樂湖山) 에 가서 머물렀다. 거쳐하는 한칸 방은
이렇다할 물건 하나 없이 깔끔하였고 종일토록 맑게 좌선하였으므로 청정하고 바르게 수행
하지 않는 사람은 오지 못하였다. 스님의 도는 매우 깊어서 근기 낮은 학인들은 그 경계를
알 수 없었고, 한편 선사도 그들의 근기에 맞춰주느라 자기의 도풍을 낮추는 일은 조금도
없었는데, 한번은 이렇게 탄식하였다.
ꡒ어떻게 둥근 정에 모난 자루를 맞출 수 있겠는가. 성현의 행을 듣건대, 뜻을 세웠으면 그
도를 실천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는 말하는 것으로 그쳤다. 말과 행동이 이로 말미암
아 만세의 본보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천하의 학인들이 법도를 알고 밝은 도를 닦아
서 삿된 것을 멀리하고 정도 (正道) 에 노닐게 하셨으니 굳이 눈앞에서 법을 전수해주고 내
게서 나왔노라고 할 것이 있겠는가."
그리고는 문을 닫고 책을 썼다. 책 〔전법정조 (傳法正宗) 〕 이 다 되자 서울로 가지고 가
서 한림학사 (翰林學君) 왕소 (王固) 를 통해 인종 (仁宗) 황제에게 올리고, 편지를 써서
먼저 바쳤더니 황제가 편지를 읽다가 ꡒ신 (臣) 은 도를 위해서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닙니
다"라는 구절에 이르러 선사의 지극한 마음에 탄복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명교대
사 (明敎大師) 라는 호를 내려 표창하고 그 책을 대장경에 넣게 하였다. 책이 중서성 (中書
省) 에 보내지자 당시 위국공 (魏國公) 한기 (韓琦) 가 보고 이를 문충공 (文忠公) 구양수
에게 보여주었다.
구양수는 당시 한창 문장가로 자처하고 천하의 사표로 추앙받고 있었으며 또한 종묘를 수호
한다 하여 불도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글을 보고 위국공에게 말하기를 ꡒ스님네들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뜻밖이다. 날이 밝으면 한번 만나보자" 하였다. 위국공이
구양수와 함께 선사를 찾아가 만났는데 구양수는 선사와 종일토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
고는 마침내 매우 기뻐하니 한승상 (韓丞相) 이하 모든 고관들이 선사를 초대하여 만나보
고는 존경하여 이로부터 온 나라에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드디어 배를 사서 동쪽으로 내려
가니 대각 회연 (大覺懷璉) 선사가 ꡐ백운부 (白雲賦) '라는 시를 지어 가는 길에 주었다.
흰구름 인간세상에 내려와도
떠다니는 티끌색에 물들지 않고
태양은 아득히 불타고 있는데
만가지 자태는 기막힌 정취로다
아아, 살찌고 경망스런 사람들아
하늘에 드리운 날개를 보았는가
남으로 가려함에 기회를 만나야 하니
한번 날면 여섯달이 되어야 쉬리라
천지에 아롱지는 기운을 어찌 알리요
무심히 내 가고픈 곳으로 가리라
하늘은 어찌 한결같이 고요할까
말았다 폈다 함에 흔적이 없네.
白雲人間來 不染飛賑色
遙侏太陽輝 萬態情可極
嗟嗟輕肥子 見擬垂天翼
圖南誠有機 去當六月息
寧知絪縕采 無心任吾適
天宇一何寥 舒卷非留跡
선사는 노년을 영안정사 (永安精舍) 에서 보내다가 입적하였다. 다비를 하니 6근 (六根)
중에 타지 않은 것이 셋이나 되었고 정골 (頂骨) 에서는 콩같이 생긴 맑고 투명한 혹백색
사리가 나왔다.
아아, 선사를 보고 주고 뺏는데 공평하지 못하고 말씀이 도에 부합되지 않았다고 하면 어떻
게 이와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었겠는가. 「석문행업 (石門行業)」
'인천보감(人天寶鑑)' 카테고리의 다른 글
44. 지자 지의선사의 행적 (0) | 2008.02.20 |
---|---|
43. 감통전기 (惑通傳記) / 도선 (道宣) 율사 (0) | 2008.02.20 |
41. 화엄경을 읽다가 / 광효 지안 (光孝圍安) 선사의 행적 (0) | 2008.02.20 |
40. 수도자는 가난해야 한다 / 광혜 원련 (廣慧元璉) 선사 (0) | 2008.02.20 |
39. 목선암 (木禪艤) / 대수 법진 (大隋法眞) 선사 (0) | 2008.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