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동정 (動靜) 법문 / 현사 사비 (玄沙師備) 선사
현사 사비 (玄沙師備:835~908) 선사는 복주 (福州) 사람이며 성은 사씨 (謝氏) 다. 젊어서
남대강 (南臺江) 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홀연히 배를 버리고 불문에 들어왔다. 스님은 짚신
과 베옷에, 겨우 기운을 이어줄 정도로만 먹고 하루종일 좌선을 하니 설봉 의존 (雪峰義存)
선사가 불러 말씀하셨다.
ꡒ스님은 두타행 (頭陀行:고행) 을 하던 이가 다시 이 세상에 온 사람인데 어찌 제방에 두
루 다니며 법을 묻고 참구하지 않는가?"
ꡒ달마는 동쪽에 오지 않았고, 2조는 서천에 가지 않았습니다"라고 하자 설봉스님은 그를
인정하였다.
스님이 현사사 (玄沙寺) 에 움막을 엮었는데 대중이 서로 물어물어 찾아와 마침내 총림을
이루었다. 스님은 경에 부합되는 말씀으로 법을 설하니 요점을 분명히 알지 못한 자들이 제
방에서 찾아와 모두 해결을 보았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ꡒ불도는 드넓어서 정해진 길이 없고 3세에 있는 것도 아니니 어찌 떴다 가라앉음이 있겠느
냐. 세워지고 무너지고 하는 것은 조작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움직이면 〔動〕 번뇌
경계에 빠지고 고요하면 〔靜〕 어둡고 몽롱한 곳에 가라앉는다. 또한 움직임과 고요함을
다 없애면 아무 것도 없는 데 떨어지고 움직임과 고요함을 다 받아들이면 불성을 더럽히게
된다. 그러니 경계를 마주할 때 굳이 마른나무나 꺼진 재처럼 할 필요가 있겠는가. 마치 거
울에 물건을 비춰도 거울 빛이 어지러워지지 않듯, 새가 공중을 날되 하늘 색을 더럽히지
않듯, 그저 상황에 임해서 타당함을 잃지 않고 응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ꡐ
시방에 그림자가 없고 3계에 발자취가 끊겼으며 가고 오는 테두리에 떨어지지 않고 중간에
있다는 생각에 머물지도 않는다. 이는 마치 힘센 장사가 팔꿈치를 펼 때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자가 거닐 때 짝을 짓지 않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하늘을 가리운 것이 없는데 무슨 뚫고 통과할 것이 있는가. 한줄기 빛은 이제껏 어두운 적
이 없었으니 여기에 이르러서는 그 바탕 〔體〕 은 적적하되 항상 밝게 빛나며 활활 타오르
는 불꽃같이 가이 없다. 원각 (圓覺) 의 빛 속에서 움직이지 않으면서 하늘 땅을 삼키고 불
살라서 다시 비춘다." 「전등 (傳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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