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불상이 허물어져도 / 문로공 (文潞公)
문로공 (文潞公) 이 낙양 (洛陽) 에 있을 때 한 번은 재를 올리러 용안사 (龍安寺) 에 가서
불상을 우러러 보고 예불을 드렸다. 하루는 홀연히 불상이 허물어져 땅에 떨어지니 공이 그
것을 보고 조금도 공경하는 기색없이 오직 뚫어지게 바라만 보다가 나가버렸다. 옆에 있던
스님이 왜 예불을 안하느냐고 물으니 불상이 허물어졌는데 내가 어디다 예불을 하겠느냐고
하였다. 그러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ꡒ옛 성인은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ꡐ어떤 이가 개인적으로 관리들이 다니는
길에서 흙을 파다가 불상을 만드니, 지혜로운 사람은 길가의 흙인줄 알지만 어리석은 범부
는 불상이 생겼다고 한다. 뒷날 관리가 지나가려고 도로 불상으로 길을 메우니 불상은 본래
생겼다 없어진 것이 아니고 길 역시 새 길 옛 길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공은 이 말을 듣고 느낀 바 있어 이로부터 도를 흠모하는 데 매우 힘써 아흔이 넘도록 아침
에 향사르고 저녁에 좌선하는 일을 한 번도 빠뜨린 일이 없었다. 공은 매일 다음과 같이 발
원하였다.
ꡒ저는 항상 정진하여 모든 선업을 부지런히 닦고 싶습니다. 저는 심종 (心宗) 을 깨달아 모
든 중생을 널리 제도하고 싶습니다."
'인천보감(人天寶鑑)' 카테고리의 다른 글
71. 정토를 눈앞에 보다 / 우법사 (愚法師) (0) | 2008.02.20 |
---|---|
70. 스스로 강에 장사지내다 / 묘보 (妙普) 수좌 (0) | 2008.02.20 |
68. 동정 (動靜) 법문 / 현사 사비 (玄沙師備) 선사 (0) | 2008.02.20 |
67. 정토에 오고감 / 양차공 (楊次公) (0) | 2008.02.20 |
66. 파초와 대나무를 벗삼아 / 가구 (可久) 스님 (0) | 2008.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