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9. 참선할 마음이 있는 사람을 거두다 / 섭현 귀성 (葉縣歸省) 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8:38
 

9. 참선할 마음이 있는 사람을 거두다 / 섭현 귀성 (葉縣歸省) 선사



섭현귀성 (葉縣歸省) 화상은 냉엄하고 담담하여 납자들이 어려워하였다. 부산법원 (浮山法遠:운문종) 스님과 천의의회 (天衣義懷:운문종) 스님이 대중승으로 있을 때 특별히 그를 찾아갔는데, 때마침 눈보라가 치는 차가운 날씨였다. 귀성화상은 그들을 욕하며 쫓아내고 심지어는 객승의 숙소 〔旦  過寮〕 까지 찾아와 찬물을 끼얹어 옷을 흠뻑 적셔놓았다. 이에 다른 스님들은 모두 성을 내며 떠나갔지만 법원스님과 의회스님만은 좌복을 정돈해 놓고 옷을 단정히 하고 다시 객사채에 앉아 있으려니 귀성스님이 또 찾아와 꾸짖었다.

ꡒ끝까지 떠나지 않는다면, 나는 너희를 때리겠다.ꡓ

법원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며 말하였다.

ꡒ저희 두 사람은 스님의 선을 배우려고 수천 리 길을 특별히 찾아왔는데 어찌 물 한 바가지 끼얹었다고 떠나가겠습니까? 설령 때려 죽인다 해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ꡓ

귀성스님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ꡒ너희 두 사람은 참선을 시킬 터이니 물러가서 방부를 들여라.ꡓ

이어서 법원스님에게 전좌 (典座)  소임을 맡아보게 하였다.

대중들이 그 메마른 생활을 힘들어 하고 있던 차에 귀성스님이 우연히 장원 (莊園) 으로 나갔다. 법원스님은 몰래 자물통 열쇠를 훔쳐내어 기름과 국수를 가져다가 오미죽 (五味粥) 을 만들었는데 죽이 익을 무렵 귀성스님이 갑자기 승당으로 돌아왔다. 죽을 다 먹은 후 승당 밖에 앉아 전좌를 불러오라 명하자 법원스님이 와서 먼저 말하였다.

ꡒ실은 기름과 국수를 꺼내다가 죽을 끓였으니, 스님께서 벌을 내려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ꡓ

귀성스님은 그에게 훔쳐낸 물건의 값을 계산하라 하고 그의 의발 (衣鉢) 을 값을 쳐서 환수한 다음, 몽둥이 30대를 때린 후 절에서 쫓아내 버렸다. 법원스님은 저자에 숙소를 마련하고 도반을 통하여 용서를 빌었지만 귀성스님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다시 돌아와 살기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대중을 따라 입실만이라도 허락해 주십사 하고 다시 간청하였지만 여전히 용서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귀성스님이 거리에 나갔던 차에 법원스님이 여관 앞에 혼자 서 있는 것을 보고서, ꡒ이곳은 절의 사랑방이다. 네가 여기에서 오래 머물렀는데 자리세는 냈느냐?ꡓ 하고 그가 갚지 못한 돈을 계산하여 추징하도록 하였다. 법원스님은 조금도 난색을 보이지 않고 저자에서 탁발하여 돈으로 바꾸어 갚았다. 귀성스님이 또다시 어느 날 저자거리에 나갔다가 법원스님이 탁발하여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대중에게 ꡒ법원은 참으로 참선에 뜻이 있는 사람이다ꡓ 하고서 마침내 그를 불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