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심요(圓悟心要)

121. 도명(道明)에게 주는 글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16:01
 





121. 도명(道明)에게 주는 글



이 도는 지극히 현묘하고 깊다. 때문에 불조께서는 머뭇거림을 용납하지 않으시고 곧장 알아차려 견문성색의 표면을 뛰쳐나와 오롯이 계합하고 가만히 알 것을 요하셨으니, 그래서 이를 “교밖에 따로 전한다”고 한다. 그러나 깊이 체득하고 철저히 작용하며 알음알이의 장애를 벗어버리고 잘 단련하여 깨끗이 다해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다 해도, 반드시 완전히 통달하여 잘 결택해 주는 선지식을 만나 깎이고 뽑히며 맹렬히 물어 뜯겨 실오라기를 끊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부처와 조사의 소굴을 없앨 수 있다.



다만 평범하게 일상생활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한 법도 마음에 걸릴 것 없고 한 생각도 얻을 것 없음을 체득하여 무심하게 행한다. 모든 경계 가운데서 원융하여 끝이 없으나 원융하다 할 것도 없어야 비로소 무간도(無間道) 속을 다니면서 공훈이 끊어진 곳에서 노닐게 된다. 이를 평상심도 얻을 수 없다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실제의 경지를 밟으면 헛된 데 떨어짐이 없는 공부이다. 면면밀밀하게 심전지(心田地)를 말끔히 쓸어버려, 젓가락질 숟가락질하는 갖가지 작위가 모두 자기 집안으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지장(地藏)스님이 한 스님을 꾸짖어 말하기를 “남방에서는 호호탕탕히 선(禪)을 말한다는데, 말해보라. 나의 여기에서 밭에 씨 뿌리고 주먹밥 먹는 것만 하겠는가를”하였다.



이를 미루어 본다면 괴로움을 참고 수고로움을 이기면서 큰 작용을 융성하게 일으킨 것이니, 거칠고 누추한 가운데서라도 모두가 지극한 참다움이 된 것이다. 오직 마음을 바꾸지 않고 한결같이 나아가며 실천하는 것만을 귀하게 여길 뿐이다. 생사도 나를 어찌하지 못하는데, 더구나 그 밖의 일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영가스님은 말하기를, “최상의 인재는 한 번 결단하여 일체를 끝낸다”하였으니 믿을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