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부 촉
스님께서 몸이 편칠 못하여 사미(沙彌)더러 운거스님에게 말을 전하라 하
고는 부촉하였다.
"그가 혹 스님께선 편안하시더냐 하고 묻거든 운암의 길이 차례로 끊겼다
고만 말하라. 그대는 이 말을 하고서 멀리 서 있어야만 한다. 그가 그대를
후려칠까 두렵구나."
사미는 뜻(旨)을 알아차리고 가서 말을 전하였더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
써 운거스님에게서 한 방을 맞았다. 그러나 사미는 대꾸가 없었다.
동안 현(同安顯)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그렇다면 운암스님의 한 가지가 떨어지진 않았다 하리라."
운거 석(雲居錫)스님은 말하였다.
"상좌야 말해보라. 운암스님의 길이 끊겼는지, 끊기지 않았는지를."
숭수 조(崇壽稠)스님은 말하였다.
"옛사람이 후려쳤던 이 한 방망이의 의도는 무엇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