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기 28.
한 스님이 물었다.
"대궐(玉殿)에 이끼가 끼었을 때는 어떻습니까?"
"제자리(正位)를 지키지 않는다."
"팔방에서 조공을 바쳐올 때엔 어찌합니까?"
"절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하러 조공을 바치러 왔겠습니까?"
"어기는 건 잠시 어긴다 해도 순응하는 것이 신하의 분수이다."
"임금의 뜻이 무엇입니까?"
"추밀(樞密: 왕명을 출납하는 관직)도 그 속 마음을 모른다."
"그렇다면 나라를 다스리는 공은 몽땅 대신들에게 돌아가겠습니다."
"임금의 성격을 알기나 하는가?"
"바깥 사람들은 감히 논할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