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조운사 우연지(尤延之)에게 주지자리를 내놓고 / 혜홍(慧洪)수좌
흥(慧洪)수좌는 임천(臨川)사람으로 불조(佛照德光)스님의 법을 이었다. 홍주(洪州)광효사(光孝寺)의 주지로 세상에 나갔는데 이는 조운사(漕運使) 우연지(尤延之)의 부름에 응한 것이다. 그다음 우연지가 태수(太守)에 임명되었는데, 초하루와 보름의 공참(公參)때에 여러 스님을 관청으로 불러들여 큰 절을 한 후 물러가게 하였다. 혜홍스님은 이 말을 전해듣고 불쾌하여, 천하에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북을 울려 대중을 모아놓고 법상에 올라가 주지직을 사임하고 떠나면서 송을 지었다.
조사의 살림살이 원래 큰 것이었는데
누가 감히 자질구레 허리 굽히랴
안녕하소서. 현명하신 예장태수님!
나는 죽장에 짚신 신고 마음껏 노닐려 하오.
祖翁活計元來大 誰敢區區謾折腰
珍重豫章賢太守 芒鞋竹杖任逍遙
태수는 이 소식을 듣고 매우 부끄럽게 여겨 사람을 보내 다시 청하였지만 혜홍스님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으며 강서 땅 모든 사찰이 그 후로부터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 뒷날 스님은 길주(吉州) 상부사(祥符寺)의 주지를 지냈고 개복사(開福寺)로 자리를 옮긴 후 그곳에서 입적하니, 시랑(侍郞)우연지는 몸소 스님의 전기를 썼다.
'총림성사(叢林盛事)' 카테고리의 다른 글
93. 송원 숭악(松源崇岳)스님의 게송 (0) | 2008.02.25 |
---|---|
92. 자칭 `시골뜨기 중' / 설소 법일(雪巢法一)스님 (0) | 2008.02.25 |
90. 선재동자를 노래함 / 별봉 운(別峰雲)스님 (0) | 2008.02.25 |
89. 바른 안목으로 종지를 밝게 깨치다 / 수암 연(誰菴演)스님 (0) | 2008.02.25 |
88. 효종과 불조(佛照德光)선사와의 만남 (0) | 2008.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