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124. 웃으며 이야기하다가 입적하다 / 귤주 소담(橘洲少曇)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2. 27. 14:26
 





124. 웃으며 이야기하다가 입적하다 / 귤주 소담(橘洲少曇)스님



귤주(橘洲) 소담(少曇)스님은 사천(四川)사람이며 별봉 보인(別峰寶印)스님의 사제이다.

학문이 해박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쳤으며 이 나라의 승려로는 각범(慧洪覺範)스님 이후 오직 소담스님을 꼽고 있다.

촉(蜀)땅 무위산(無爲山)에 주지로 있다가 억울한 누명을 입어 강주(江州)로 왔는데 승상 사위공(史魏公)이 그의 학문을 존경하여 명주(明州) 장석사(仗錫寺)의 주지로 추천하였다.

처음 그 절에 들어갈 때 사승상은 친히 전송까지 하였고, 그 후 승상은 다시 죽원사(竹院寺)를 지어 스님을 맞이하고 의심나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므로 별봉 스님이 금산사에서 설두산으로 옮겨올 때 제방에서 하나의 소(疏)를 소담스님이 지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설두산의 주지도 좋고 취봉산(翠峰山)의 주지도 좋으니, 노형은 마땅히 자신의 가슴 속에 물어보고 단정할 일이오.

불법을 위해 오는 것인가, 아니면 주지자리를 위해 오는가를.

이번 걸음은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일이겠으나 동산(東山) 직계 4대 법손으로 부끄러움이 없으니, 마치 서호(西湖)에 눈 개인 봉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소.

오직 마음이 같고 도가 같고 출처가 같으면 그만이지 그곳이 불계(佛界)든 마계(魔界)든 중생계(衆生界)든 따지지 마시오.

그렇게 되면 새로 부임한 유봉사(乳峰寺) 스님의 명성은 오․월(吳越) 땅에 전해질 것이며, 도 값은 민․아(泯峨)산처럼 무거울 것이오.

 

해문국(海門國)에 머문 지 12년이 넘도록 파도가 일렁이듯한 법문으로 8만 4천 게송을 설하니, 태산처럼 우뚝하고 군영처럼 당당하오.

푸른 파도를 타고 이무기를 놀려주기보다는 혜장(蕙帳)에 의지하여 원숭이며 학을 벗삼는 게 좋으리니, 저 난초같은 우정을 생각하여 그곳에 한 떨기 우담바라를 피워주기 바라오.

그러나 사자(獅子)의 가문이 아니라 생각한다면 마땅히 족속을 끌어 안아야 하겠지만, 빨리 돌아와 이곳 동문의 마음을 달래 주시오."



이 글은 강호에 널리 전해졌다.1)


그러나 소담스님은 타고난 성품이 평범하고 진솔하여 구애받는 일이 없었다.

죽원사에 있을 때, 하루는 또다시 태수 임시랑(林侍郞)의 술청을 받아 불려 갔다.

태수는 "술꾼 담스님, 경계를 뛰어넘어 무위(無爲)에 안주하여 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빈정거렸으니, 스님이 무위사(無爲寺)에 머문 적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소담스님은 끝까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시 한낱 총림의 스님으로서 단구(丹丘)에서 2년간 지내다가 보규사(寶奎寺)로 돌아왔다.

어느 날 그는 목욕을 한 후 옷을 갈아입고 사위공(史魏公)을 초청하여 평소 자신의 행적 기록 등을 웃으며 이야기 하다가 입적하였다.

이에 성중의 사람들이 그의 장례를 치루었으며 다비 후 무수한 사리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