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제11칙 황벽의 지게미 먹는 놈〔黃蘗酒糟漢〕

通達無我法者 2008. 3. 3. 07:40
 

 

 

 

제11칙 황벽의 지게미 먹는 놈〔黃蘗酒糟漢〕


(수시)

부처와 조사의 큰 기틀이 모두 손아귀에 돌아오며 인간계와 천상계의 생명 있는 존재들이 다 지휘를 받는다. 무심하게 내뱉는 일언 일구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고, 상대에게 베푸는 한 기연 한 경계가 족쇄와 형틀을 쳐부수어 버리며, 끝없이 초월해 가는〔向上〕솜씨를 가르치고 향상(向上)의 일을 드러낸다. 말해보라, 어떤 사람이 일찍이 이렇게 했는가를. 그 핵심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본칙의 거량을 살펴보아라.


(본칙)

황벽스님이 대중에게 법문을 하였다.

-물을 긷는 양은 물동이 크기에 좌우된다. 한입에 다 먹혀버리겠다. 천하의 납승이 벗어나  질 못한다.


“너희들은 모두가 술찌꺼기나 먹고 진짜 술을 먹은 듯이 구는 놈들이다. 이처럼 행각을 한다면

-말하였구나. 행각을 많이 해서 짚신이 닳아 떨어졌다. (행각승이 많아서)하늘과 땅을 뒤흔  든다.

언제 깨달았는가?

-깨달아서 무엇 하려고? 참으로 대중들을 놀라게 한다.


“큰 당(唐)나라에 선사가 없음을 아느냐?”

-노승은 모르노라. 한입에 다 삼켜버렸다. 역시 운거사의 나한상처럼 자만하는 놈이로군.


그때 어떤 스님이 앞으로 나와 말하였다.

“여러 총림에서 대중을 지도하고 거느린 것들은 무엇입니까?”

-한 방 잘 내질렀다. 기연에 알맞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황벽스님이 말하였다.

“선(禪)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선사(禪師)가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대답 못했네. 기왓장 무너지듯 얼음 녹듯 형편없이 당하고 말았네. 용의 머리에 뱀 꼬리  가 돼버린 놈이다.


(평창)

황벽(?~850)스님은 7척의 키에다 이마에는 둥근 구슬이 있었으며, 천성적으로 선(禪)을 잘도 이해했었다. 황벽스님이 지난날 천태산(天台山)에 유람하다가 길에서 한 스님을 만나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서로 익히 알았던 사이처럼 친숙해졌다. 그를 자세히 살펴보니, 눈에는 사람을 쏘아보는 광채가 있고 매우 남다른 용모가 있었다. 그와 함께 길을 가다가 시냇물이 불어나게 되어 지팡이를 세워놓고 삿갓을 벗고서 멈추게 되었다. 그 스님이 황벽스님을 이끌고 함께 물을 건너려 하자 스님이 그에게 “건너가라”고 하니, 그는 곧 옷을 걷어올리고 물을 밟고 건너는데 마치 평지를 밟는 듯하였다. 그가 뒤돌아보면서 “어서 건너오시오, 건너오시오”하고 말하니, 스님이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이 너만을 아는 놈〔自了漢 : 남을 인도하려는 願이 없는 자〕아! 내 일찍이 괴이한 짓을 하는 놈인줄 알았더라면 네 놈의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놓았을 것을…….” 이에 그 스님은 탄식하며 말하였다. “참으로 대승다운 법기(法器)이시다.” 그는 말을 마치고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처음 백장(百丈)데 이르렀더니, 백장스님이 물었다.

“우람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어느 곳에서 왔는가?”

“무슨 일로 왔는가?”

“일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닙니다.”

백장스님은 그를 큰그릇으로 여겼는데, 그 이튿날 하직을 고하자, 백장스님이 말하였다.

“어디로 가려는가?”

“강서(江西) 땅 마조스님을 찾아뵈려고 합니다.”

“마조스님은 이미 돌아가셨네.”

그대는 말해보라, 황벽이 이처럼 물은 것은 알고서 물은 것인지, 모르고서 물은 것인지.

황벽스님이 문득 말하였다.

“제가 일부러 가서 찾아뵈려 했더니만 복이 없고 인연이 적어 미처 한 번 뵙지를 못했군요. 평소에 어떠한 말씀이 계셨습니까? 바라옵건대 말씀해주십시오.”

백장스님이 드디어 두 차례 마조(馬祖)스님을 참례했던 인연을 들어 말해주었다.

“마조스님께서 내가 오신 것을 보시고 (인사를 받으려고) 불자(佛子)를 곧추세우시길래 내가 ‘불자로서의 작용입니까, 아니면 이를 떠난 작용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마조스님께서는 마침내 선상(禪床) 모서리에 불자를 걸어놓고 한참 동안 말이 없으시다가 갑자기 나에게 ‘그대는 이 뒤에 두 입술을 나불거리면서 어떻게 사람을 교화하려는가?’ 라고 하셨지. 내가 불자를 빼앗아 곧추세웠더니, 마조스님께서 ‘불자로서의 작용인가, 이를 떠난 작용인가?’하고 되묻기에 내가 선상 모서리에 불자를 걸어놓았더니, 마조스님은 위엄스럽게 한 차례 소리를 질렀는데 그 소리에 나는 당시 사흘 동안 귀머거리가 되었다네.”

황벽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두려움으로 혓바닥을 쑤욱 내밀자, 백장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도 이 훗날 마조스님의 법을 계승하지 않겠는가?”

황벽스님이 대답했다. “싫습니다. 오늘 스님께서 말씀해주셔서 마조스님의 대기대용을 알았습니다. 만일 마조스님을 그대로 따라했다가는, 반드시 뒷날 나의 자손이 없어질 것입니다.”

백장스님이 말했다. “그럼 그렇지! 견처가 스승과 똑같으면 스승의 덕을 반감시키지. 지혜가 스승보다 뛰어나야만이 비로소 전수(傳受)할 만하다. 이제 그대의 견처가 완연히 스승을 초월한 작용이 있구나.”

여러분은 말해보라, 황벽스님이 이처럼 물었던 것은 알고서도 고의로 물은 것인지, 모르고서 물은 것인지. 모름지기 그들 부자간이 행한 곳을 몸소 보아야만 한다.

황벽스님이 하루는 또다시 백장스님께 여쭈었다.

“위로부터 전해오는 종승(宗乘)을 어떻게 보여주시겠습니까?”

백장스님이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황벽스님이 다시 말하였다.

“앞으로 끊어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백장스님은 “그대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려 했었는데…….”하고는, 드디어 일어나서 방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황벽스님은 상공 배휴(797~870)거사와 방외(方外)의 벗이었다. 배휴거사가 완릉(宛陵) 지방을 다스리면서 스님을 군(郡)에 초청하여 자기가 이해한 것을 책으로 엮어 스님에게 내보이자, 스님은 이를 받아 좌석 옆에 두고는 조금도 펴보지를 않았다. 한참 말없이 있더니만 배휴거사에게 물었다.

“알았느냐?”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처럼 알 수 있다면 그래도 조금은 다 낫다 하겠지만, 만약 종이나 먹으로 표시한다면 어찌 나의 종지라 하겠는가?”

배휴거사가 이에 송을 지어 찬탄하였다.

마조스님에게 심인(心印)을 전수 받으시니

이마엔 둥근 구슬 키는 칠척

십여 년간 촉수(蜀水)에만 계시다가

작은 배로 이제 장수(漳水 : 지금의 강서성)를 건너시네.


팔천의 용상(龍象) 대덕들이 높은 행실을 뒤따라

만 리에 향기로운 꽃 좋은 인연 맺었어라.

스승으로 섬기며 제자 되오려 하오는데

장차 불법을 누구에게 부촉하실는지…….


스님은 여전히 아무런 기뻐하는 빛이 없이 게송으로 답하셨다.

마음은 큰 바다처럼 가이없으니

입으로 붉은 연꽃 토하여 병든 몸을 고치네.

원래부터 할 일 없는 손 가지고

일찍이 읍한 적이 없는 한가로운 사람이구려.


황벽스님이 주지된 이후 기봉(機鋒)이 매우 높았다. 임제(臨濟)스님이 황벽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목주(睦州)스님이 수좌로 있었는데, 목주스님이 임제스님에게 물었다.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으면서도 왜 법을 물으러 가지 않는가?”

“제가 무슨 말을 물었으면 되었겠습니까?”

“왜 가서 ‘어떤 것이 불법의 뚜렷한 대의(大意)입니까?’하고 묻지 않는가?”

임제스님은 바로 가서 이를 물었으나, 세 차례나 두들겨 맞기만 하고 나왔다. 임제스님은 수좌를 하직하면서 말하였다.

“수좌께서 시키신 대로 세 번씩이나 가서 질문하였다가 두들겨 맞고 쫓겨나니, 아마 여기에 인연이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잠시 하산할까 합니다”

“그대가 가려면 꼭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는게 좋겠네.”

그리고 수좌는 미리 가서 황벽스님에게 말하였다.

“질문했던 상좌는 매우 얻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스님께서는 어찌하여 땅을 파서 한 그루의 나무를 길러 후인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게 하질 않으십니까?”

“나도 알고 있다.”

임제스님이 찾아와 하직을 하자, 황벽스님은 말하였다.

“그대는 다른 곳으로 가서는 안 된다. 곧바로 고안(高安) 여울가의 대우(大愚)스님을 뵙도록 하여라.”

임제스님이 대우스님에게 이르러 드디어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 말하면서 “저의 허물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자, 대우스님은 “황벽스님이 그처럼 노파심이 간절하여 그대를 위하여 사무치게 수고를 했는데도 다시 무슨 허물이 있고 없는 것을 말하느냐?”하고 말하였다.

임제스님은 홀연히 크게 깨치고 말하였다.

“황벽스님의 불법이란 참으로 핵심을 찌르는〔無多子〕것이구나.”

대우스님은 멱살을 움켜쥐고 말하였다.

“네가 아까는 허물이 있다 없다 말하더니만 이제는 도리어 불법이 단적이다라고…….”

임제스님이 대우스님의 갈비 아래를 주먹으로 세 번 치자, 대우스님이 밀리면서 말하였다.

“네 스승은 황벽스님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하루는 황벽스님이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우두 법융(牛頭法融)스님이 자유자재하게 이리저리 말하지만 아직도 향상(向上)의 핵심을 모르고 있다.”

당시에 석두(石頭)․마조(馬祖)스님의 제자들이 너저분하게 선을 말하고 도를 말하였는데, 그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말하였을까? 그러므로 대중 법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가 술찌꺼기나 먹고 만족하는 놈들이다. 이처럼 행각하였다가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이나 당할 것이다. 다만 팔백 명 또는 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만을 보고서 (그곳에 유명한 선사가 있는 줄 알고) 모여 있으니, 시끌법석대는 곳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 만일 모두가 그대들처럼 이렇게 쉽게 생각한다면 어느 세월에 깨칠 날이 있겠는가?”

당나라 시대에는 사람을 꾸짖을 때 ‘술지게미나 먹고 만족하는 놈’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사람들은 흔히들 황벽스님이 사람을 꾸짖었다고 말하지만 안목을 갖춘 자는 그 핵심을 스스로 볼 것이다. 분명한 의도는 낚시를 드리워 대중들의 질문을 낚으려는 것이다. 대중 가운데에 목숨을 돌보지 않는 선객이 있어, 이처럼 대중 가운데서 나와 그에게 질문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여러 총립에서 대중을 지도하고 있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했다. 그것 참 한 차례 잘 내질렀다. 이 늙은이는 생각했던 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속셈을 드러내며 “선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사가 없다고 했다”고 하였다. 말해보라, 그 뜻이 어디에 있는가? 그의 위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종지는 때로는 사로잡고 때로는 놓아주며, 때로는 죽이고 때로는 살리며, 때로는 놓고 때로는 거두기도 한다. 감히 여러분에게 묻노니, 무엇이 선(禪)에서 스승인가? 산승이 이처럼 말한 것도 이미 머리까지 흠뻑 빠진 것이다. 여러분의 콧구멍은 어디에 있는가?

한참 동안 잠잠히 있다가 (원오스님은) 말하였다. “코뚜레를 뚫려버렸느니라.”


(송)

늠름한 높은 기상 자랑마오.

-그래도 (본래의 면목이) 있는 줄을 모르는구나. 운거사의 나한상처럼 자만하는 놈이로구  나.

단엄하게 세상에 거처하며 용과 뱀을 구분지었네.

-그렇고말고. 물들었는지 순수한지를 구별해야 하고 흑백을 분명히 해야한다.


대중천자(大中天子)가 일찍이 가볍게 건드렸다가

-무슨 대중천자를 말하느냐. 비록 위대하다지만 모름지기 땅 위에 서 있는 존재이고, 더없이 높다 하나 하늘이 있는데야 어찌하겠는가?


발톱과 어금니에 세 차례나 할퀴었네.

-발톱 빠진 호랑이군. 많은 말을 해서 무엇하랴. 기특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적잖은 기교이다. (황벽스님이) 대기대용을 드러냈다 하면 온 시방세계, 산하․대지 모두가 황벽스님에게 목숨을 구걸하리라.


(평창)

설두스님의 이 송은 참으로 황벽스님의 본 모습〔眞贊 : 초상화와 말씀〕과 똑 닮았는데도 사람들은 진찬(眞贊)인 줄을 모른다. 그 말씀에는 몸을 벗어날 곳이 있으므로 분명히 말하기를 “늠름하게 높은 기상 자랑마라”고 하니, 황벽스님이 이처럼 시중(市衆)한 것은 또한 남〔人〕과 나〔我〕를 다투며 스스로를 드러내고 스스로를 자랑한 것은 아니었다.

만일 이러한 소식을 안다면 종횡무진 자재하여 때로는 외로운 봉우리 위에 홀로 서 있기도 하고, 때로는 시끄러운 저자를 휘젓기도 하리니, 어찌 편벽되게 한 곳에만 매이겠는가? 떼어버리려 할수록 더욱 쉬지 못하고, 찾을수록 더욱 보이지 않으며, 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빠져들어간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나래 없이 천하를 날아다니는 것이 명성이니, 이름이 있어 세간에 전한다”고 하였다. 알음알이〔情〕를 없애고 불법의 도리와 현묘함과 기특함을 일시에 놓아버리더라도 아직 조금 멀었다. 자연히 어느 곳에서나 (본래면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설두스님은 “단엄하게 세상에 거처하면서 용과 뱀을 구분지었네.”하였다. 용이든 뱀이든 문으로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시험하니, 이를 일러 용과 뱀을 구분하는 안목이라 하며, 호랑이와 무소를 사로잡는 솜씨라 한다. 설두스님은 또다시 “용과 뱀을 구분함이여, 눈이 어찌 바르랴. 호랑이와 무소를 사로잡음이여, 기연이 어찌 완벽하리요”라고 하였다.

또한 “대중천자가 일찍이 가볍게 건드렸다가 발톱과 어금니에 세 차례나 할퀴었다”고 하였다. 황벽스님이 어찌 지금만이 행동거지가 거칠었으리요? 옛부터 이와 같았다.

대중천자에 대해서는 「속함통전(續咸通傳)」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당 헌종(憲宗)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목종(穆宗), 하나는 선종(宣宗)으로 선종이 바로 대중천자이다. 열세 살 어린 나이로 민첩하고 영악하여 항상 가부좌하기를 좋아하였다. 목종이 재위할 때 일찍 조회를 파하자 대중천자가 장난삼아 용상(龍床)에 올라가 여러 신하들에게 읍하는 시늉을 하였다. 대신들은 그를 보고 미쳤다고 하여 이를 목종에게 아뢰었다. 목종이 그를 어루만지며 찬탄하여 이르기를 “나의 아우는 우리 종친 가운데 영걸스러운 사람이다”라 했다. 목종은 장경(長慶) 4년(823)에 붕어 하셨으니 슬하에 아들이 셋 있었는데, 경종(敬宗)․문종(文宗)․무종(武宗)이다. 경종은 부친의 제위를 빼앗겼고, 문종이 제위를 계승한 지 2년만에 내신(內臣)의 역모에 의하여 제위를 빼앗겼고, 문종이 제위를 계승한 지 14년 후에 무종이 즉위하였는데 항상 대중천자를 멍청이라고 불렀다. 그러던 어느날 무종은 지난날 대중이 장난삼아 부친의 자리에 올라간 데 대하여 원한을 품고서, 드디어 그를 때려 후원(後苑)에 내다 버리고 불결한 똥오줌을 끼얹었는데, 다시 살아났다. 마침내 남 모르게 도망하여 향엄지한(香嚴志閑)화상의 회하에 있다가 그뒤에 머리를 깎고 사미(沙彌)가 되었는데 아직 구족계는 받지 않았었다. 그 뒤 지한(志閑)스님과 함께 사방으로 행각을 하다가 여산에 이르렀을 때, 지한이 여산 폭포를 제목으로 하여 시를 썼다.


구름을 뚫고 바위를 뚫으면서도 그 괴로움을 말하지 않으니

저 멀리에 높은 곳에서 나온 줄을 알겠노라.

지한이 이 두 구절을 읊조린 후 한참 동안 생각하면서 그의 문장 솜씨가 어떠한가를 떠보려 하였다. 대중이 뒤이어 이르기를

시냇물을 어찌 멈춰둘 수 있으랴?

마침내는 큰 바다로 돌아가 파도가 되어야지!


라고 하였다. 지한은 그가 예사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잠자코 마음속으로 새겨두었다. 뒤에 염관(鹽官)스님의 회하에 이르자 대중천자에게 서기를 보도록 청하였는데, 황벽스님이 그곳의 수좌(首座)로 있었다. 하루는 예불하는 황벽스님을 보고서 대중이 물었다.

“부처에게 집착하지도 말고, 법에도 집착하지 말고, 대중에게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법인데 예배를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

“부처에게 집착하지 않으며, 법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대중에게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항상 이처럼 에배를 하느니라.”

“예배를 해서 무엇 하려구요?”

황벽스님이 갑자기 뺨따귀를 후려치자, 대중이 “몹시 거친 사람이군”이라고 하자, 황벽스님은 “여기에 무엇이 있다고 거칠다느니 가늘다느니 지껄이느냐?”며 또다시 한 차례 뺨따귀를 쳤다.

대중이 후일 제위를 계승하여, 황벽스님에게 추행사문(麤行沙門 : 거친 스님)이라는 호를 내렸는데, 상공 배휴거사가 조정에 있어 뒤에 아뢰어 황벽스님에게 단제선사(斷際禪師)라는 법호를 내렸다.

설두스님은 그의 혈맥 출처를 알고서 교묘하게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 발톱과 어금니로 할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원오스님은)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