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은 반야를 장애할 수 있다
15-7-38 問 若不具神變 將何攝化. 答 若純取事相神通 有違眞趣. 如輔行記云 修三昧者 忽發神通 須急棄之 有漏之法 虛妄故也. 故止觀云 能障般若. 何者 種智般若 自具諸法 能泯諸相. 未具已來 但安於理 何須事通. 若專於通 是則障理. 又 不唯障理 反受其殃 如鬱頭勝意之徒 卽斯類矣.
문 : 만약 신통변화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무엇으로 중생을 교화할 수 있겠습니까.
답 : 만일 겉으로 드러나는 신통력만 취한다면 불법의 참뜻을 찾아가는 데 문제가 있다. 이것은 ꡔ보행기ꡕ에서1) “삼매를 수행하는 자가 홀연히 신통이 생긴다면 모름지기 빠르게 이것을 버려야 할 것이니, 이것은 유루법(有漏法)으로 허망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함과 같다.
그러므로 ꡔ지관ꡕ에서2) “신통은 반야를 장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일체종지(一切種智)의 반야는 스스로 모든 법을 갖추어 일체 모든 상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일체종지의 반야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단지 이치에 의지해야지, 어찌 신통력으로 형상을 구하여서 통하려 하는가. 만약 신통력에 전념한다면 이것은 이치를 장애하고, 또 이치를 장애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재앙을 받기도 하니, 울두승의와3) 같은 사람들이 이런 종류에 해당한다.
○ |
夫言眞實神變者 無非演一乘門 談無生理 一言契道 當生死而證涅槃 目擊明宗 卽塵勞而成正覺 刹那而革凡爲聖 須臾而變有歸空 如此作用 豈非神變耶. 所以 寶積經云 文殊師利白佛言 世尊 夫說法者 爲大神變 若是下劣根機之者 諸佛大慈 不令孤棄 一期方便 黃葉止啼. 如維摩經云 以神通慧 化愚癡衆生 若上上根人 只令觀身實相 觀佛亦然.
진실한 신통변화를 말하자면 일승(一乘)의 도리를 연설하여 무생(無生)의 이치를 담론하는 것이며, 말 한 마디에 도에 계합하여 생사가 있는 자리에서 열반을 증득하는 것이며, 밝은 종지를 목격하여 티끌 번뇌에서 정각을 이루는 것이며, 찰나에 범부가 성인이 되는 것이며, 잠깐 사이에 유(有)에서 공(空)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이와 같은 작용이 어찌 신통변화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ꡔ보적경ꡕ에서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사뢰어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설법은 참으로 커다란 신통변화가 됩니다. 만약 중생이 하열한 근기라면 모든 부처님께서는 대자대비로 이 중생을 외롭게 버려두지 않습니다. 상황에 맞는 방편으로 노란 잎을 돈이라 하여 우는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듯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 주십니다”라고 하니, 이것은 ꡔ유마경ꡕ에서 “우매하고 어리석은 중생은 신통한 지혜로 교화한다”고 말한 것과 같다. 그러나 상근기라면 다만 몸의 실상을 관하도록 하며, 부처님을 관함도 또한 그렇게 한다.
○ |
如昔有彭城王問 諸大德等 實若證果 卽得成聖者 與我左腋出水 右腋出火 飛騰虛空 放光動地 我卽禮拜汝爲師. 牛頭融大師答云 善哉善哉 不可思議. 今若責我 如此證果者 恐與道乖. 審如是成佛者 幻師亦得作佛. 且與諸大德及諸人士證者 昔釋迦在於僧中 演無上道 與僧不異 維摩在俗 說解脫果 與俗不殊 勝鬘女人 說大乘法 女相不改 善星比丘 行闡提行 僧相不移.
이런 내용은 옛날 중국의 팽성왕이 스님들에게 질문한 신통력에 대하여 우두융 대사가 답한 내용과도 같다.
팽성왕 : 대덕 스님이시여, 진실로 도과(道果)를 증득했다면 성인(聖人)이 되는 것입니다. 성인이 되었다면 성인의 신통력으로 나의 좌측 겨드랑이에서 물이 나오게 하고, 우측 겨드랑이에서 불이 나오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늘을 날게 하고 광명을 놓아서 땅을 진동시킨다면 내가 곧 예배하고 당신들을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우두융 : 참 좋은 질문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을 물으셨습니다. 지금 도과를 증득하는 것이 신통력이라고 나를 책망하신다면, 참다운 도와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신통력으로 성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핀다면 환사(幻師)도 또한 부처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대덕 스님과 선지식과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대중 가운데서 최고의 가르침을 설했으나 비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고, 유마 거사가 세속에 있으면서 해탈의 과보를 설했으나 속인의 모습과 같았으며, 승만 여인도 대승의 법을 이야기하였으나 여인의 모습을 바꾸지 않았으며, 선성 비구가 개망나니 짓을 하였어도 승려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 |
此乃 正據其內心解與不解 以爲差隔 何關色身男女相貌衣服好醜. 若言形隨證改 貌逐悟遷 是聖者 則瞿曇形改 方成釋迦 維摩相遷 乃成金粟. 卽知 證是心證 非是形遷 悟是智變 非關相異. 譬如世間 任官之人 爲遷改官 官高豈卽貌別. 又 古人云 不改舊時人 只改舊時行履處 設或 改形換質 千變萬化 皆是一心所爲. 乃至 神通作用 出沒自在 易小令大 展促爲長 豈離一心之內.
이것은 바로 그들이 쓰고 있는 마음이 도를 아는가 모르는가에 근거하여 차별이 있는 것이지, 어찌 형상으로 나타나는 남녀의 모습과 의복의 좋고 나쁨에 관계가 있겠습니까. 만약 형상이 증득한 도에 따라 고쳐지고 모습이 깨달음을 좇아서 변화된 것이 성인이라 말한다면 구담 싣달타도 형상을 바꾸어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었을 것이고, 유마 거사도 속인의 모습을 바꿔 금속여래(金粟如來)가4) 되었을 것입니다. 곧 이것으로 알 것이니, 증득함은 마음이 증득하는 것으로서 형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며, 깨달음도 지혜가 변하는 것이지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비유하여 세간에 관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관직이 높아진 것과 같아서, 관직이 높아졌다고 어찌 관직 맡은 사람의 얼굴이 달라지겠습니까. 또 옛 스님은 “예전 사람이 바뀐 것이 아니라, 다만 예전의 행이 바뀌었다”고 하였으니, 설혹 형상을 고치고 내용을 바꾸어서 천변만화하더라도 모두 하나의 마음이 알아서 하는 것입니다. 신통작용으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이 자재하고, 작은 것을 바꾸어서 크게 하거나 오그라든 것을 펼쳐서 길게 만드는 것이 어찌 하나의 마음을 벗어나 있겠습니까.
○ |
故知 萬事無有不由心者 但證自心 言下成聖. 若不識道 具相奚爲. 故金剛經云 若以三十二相 觀如來者 轉輪聖王 卽是如來. 又 偈云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古人云 若不達此理 縱然步步脚踏蓮華 亦同魔作. 龐居士偈云 色聲求佛道5) 結果反成魔.
그러므로 알 것이니, 일체 만사가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은 단지 자기의 마음을 증득하면 바로 성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도리를 알지 못한다면 형상을 갖춘들 어찌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ꡔ금강경ꡕ에서 “만약 삼십이상으로 여래를 본다면 전륜성왕도 곧 여래이다”라고 하며, 또 게송에서도 “만약 형상으로 여래를 보거나 음성으로 여래를 구한다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쓰는 것이니 참다운 여래를 볼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또 옛 스님께서도 “만약 이 도리를 통달하지 못한다면 설사 걸음걸음이 극락세계의 연화대를 밟더라도, 이것 또한 마구니의 장난과 같다”고 말씀하셨고, 방거사도 게송으로 “색이나 소리로 부처님의 도를 구한다면 결과가 오히려 마구니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 |
若決定取神通勝相作佛者 不唯幻士成聖 乃至 天魔外道妖狐精魅鬼神龍蜃等 皆悉成佛. 彼咸具業報五通 盡能變化故. 若不一一以實相勘之 何辯眞僞. 但先悟宗鏡 法眼圓明 則何理而不通 何事而不徹. 一切佛事 攝化之門 自然成就.
만약 신통으로 나타나는 수승한 모습으로 부처가 된다고 결정하신다면 환사(幻士)도 성인이 될 뿐만 아니라, 하늘의 마구니와 외도 및 요사스런 여우나 숲속의 정령, 귀신과 용과 이무기 등이 모두 다 부처님이 될 것이니, 그들은 전부 업보로 오신통(五神通)을6) 갖추어 모두 다 자기의 몸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것들 하나하나를 진실한 모습으로 감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진위를 가릴 수가 있겠습니까. 단지 먼저 종경을 깨달으면 법을 보는 안목이 뚜렷하여 밝아지니, 곧 어떠한 이치엔들 통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일엔들 확철하지 않겠습니까. 일체 모든 부처님의 일로서 중생을 교화하고 거둠이 자연 성취되는 것입니다.
'명추회요(冥樞會要)' 카테고리의 다른 글
40. 여러 모습의 부처님 (0) | 2008.03.03 |
---|---|
39. 다른 사람의 깨달음이 아니다 (0) | 2008.03.03 |
37. 일체법이 도량이다 (0) | 2008.03.03 |
36. 마음이 부처다 (0) | 2008.03.03 |
35. 인연을 따르되 걸림이 (0) | 2008.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