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12. 원암 회(元菴會) 장주의 게송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18
 

 

 

12. 원암 회(元菴會) 장주의 게송


원암 회(元菴會)장주(藏主)는 임안(臨安)사람으로 오랫동안 정자사의 몽당(蒙堂)에 살았으며 조문민공(趙文敏公)과는 각별한 사이였다. 문민공은 일찍이 원암스님의 시를 옮겨써서 커다란 시집[詩軸] 을 만들고 그 끝에 제(題)를 썼는데, 사람들이 모두 이를 자랑으로 여겼으나 원암스님만은 담담하였다. 그 절의 택장산(澤藏山)이라는 스님이 낸 돈으로 열반당의 침선판(針線板), 세면실, 화장실 등을 수리하자 선승들은 게를 지어 두루마리를 만들어 감사의 뜻을 표했는데 원암스님은 그것을 보고서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이에 대중들이 게를 지어달라 부탁하자 마침내 게를 지었다.


한가닥 열반길 전부 뒤집혀

부딪히는 곳마다 공부하기 어렵지 않네

얼굴을 씻다가 문득 코가 만져지니

바늘 귀 속에 잘도 산을 감추겠네.

涅槃一路盡掀飜  觸處工夫見不難

洗面천然摸着鼻  繡針眼裡好藏山


당시 회기(晦機)스님이 주지로 있었는데 법상에 올라 설법할 때 특별히 이 게송을 칭찬하였다. 이 게송으로 나머지 그의 시를 미뤄보면 그의 시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