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제 17 조 승가난제(僧伽難提) 존자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09:45
 

조당집 제 2 권

  

  정수선사 문등 지음

  김월운 번역

  

  제 17 조 승가난제(僧伽難提) 존자

  

  실라벌성[羅伐城] 사람이며, 종성은 찰리(刹利)요, 아버지의 이름은 보장엄(寶莊嚴)이며, 어머니의 이름은 분타리(芬陀利)이다.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줄 알았고, 분명하게 깨달아서 어머니에게 설법을 해 주더니, 라후라 존자에게 법을 받고는 다니면서 교회를 펴다가 마갈국(摩竭國)에 이르렀다.

  거기에서 12세쯤 되어 보이는 동자 하나를 만났는데 손에 구리 거울을 들고 존자에게 왔다.

  이에 존자가 물었다. 

  "그대는 몇 살인가?" 

  동자가 대답했다. 

  "나는 1백 살입니다."

  "그대는 매우 어리석구나! 그대는 어려 보인다."

  "내 나이 1백 살이란 것은 그러한 이치가 아닙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바야흐로 1백 살이 되는 그 때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

  이에 조사가 말하였다. 

  "그대는 좋은 기틀이구나." 

  동자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1백 살을 살아도 부처님들의 기미를 알지 못하면 하루를 살면서 분명히 깨닫는 것만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존자가 매우 갸륵히 여겨 그가 성인의 바탕임을 알고 물었다.

  "그대가 이 거울을 들고 있는 뜻이 무엇인가?" 

  "모든 부처님들의 크고 둥근 거울은 안팎에 가리움이 없습니다."

  이에 두 사람 모두 서로의 마음을 알았고 눈길이 통했다. 이 때 속가 부모는, 자기 아들의 말이 특이함을 보고 곧 출가하게 하니, 조사가 거두어 어느 묵은 절로 데리고 가서 계를 주고 가야사다(伽耶舍多)라 이름하였다. 그 절 처마 끝에 풍경이 있어 바람에 흔들리면서 소리를 내거늘, 조사가 물었다.

  "바람이 우는가, 풍경이 우는가?" 

  그가 대답했다.

  "제 마음이 우는 것일지언정 바람이나 풍경이 우는 것은 아닙니다." 

  "바람도 풍경도 아니라 네 마음이라니, 무엇이 네 마음인가?" 

  "모두가 고요하기 때문이니, 그 어찌 삼매가 아니겠습니까?" 

  "장하다, 참된 비구야. 부처님들의 이치를 잘 이해하였고 참된 진리를 잘 설명하였고 불법의 참 이치를 잘 인식하였다." 

  그리고는 이어 법을 전해 주고 게송을 말하였다. 

  

  마음 바탕에는 본래 남이 없으나

  종자가 인연 따라 생겨난다.

  인연과 종자가 서로 어기지 않듯이

  꽃과 열매도 그러하니라.

  心地本無生 因種從緣起

  緣種不相妨 花菓亦復然

  

  가야사다가 조사의 게송을 듣고 또 법을 받아서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내어 잘 받아 지녔다. 조사는 법을 전한 뒤에 바로 자리를 떠나 나무 밑으로 가서 왼손을 들어 나뭇가지를 휘어잡고서 이내 열반에 들었다. 그리고 나무 밑에서 다비를 하고 옮길 수 없어서 본래 있던 자리에 탑을 세워 공양하니,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고, 보배 옷이 내려와 탑 위를 쌌다. 이 때가 바로 전한(前漢)의 제7대 소제(昭帝) 10년 신유(辛酉)였다. 정수 선사가 찬탄하였다.

  

  승가난제 존자는 

  장엄왕의 아들로서

  아홉 겹의 성을 넘어 

  천리의 먼 산에 들었다.

  僧伽難提 莊嚴王子

  逾城九重 入山千里

  

  선정은 정금(井金)보다 더하고

  이치는 처음과 끝이 분명하다.

  이치로 스승에게 굴복되자

  갑자기 자기를 깨닫게 되었네.

  定兪井金 義班終始

  理屈於師 忽窮自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