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제 25 조 바사사다(婆舍斯多) 존자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09:52
 

 

 

제 25 조 바사사다(婆舍斯多) 존자

  

  계빈국(罽賓國) 사람이며, 종성은 바라문이요, 아버지의 이름은 적행(寂行)이며, 어머니의 이름은 상안락(常安樂)이다. 꿈에 신인(神人)이 보배 검을 손에 들고 와서 상안락에게 전해 주는 것을 보고 태기가 있었다. 달이 차서 아이를 출산하니 항상 물건을 쥔 듯 왼손을 쥐고 있었다. 이로부터 출가하여 과위를 증득하고 법을 얻은 뒤엔 교화의 길을 떠나 중천축국에 이르러 어리석은 무리들을 많이 교화하였고, 다시 차례대로 유행(遊行)하여 남인도에 이르니, 득승(得勝)이라는 국왕이 있었는데, 주술만을 숭상하고 불법을 믿지 않았다. 주술사가 왕에게 아뢰었다.

  "바사사다는 불법을 모르고 있으니 바라건대 대왕께서 시험해 보옵소서. 그 사람이 비록 성인이라 자칭하지만 이상한 일을 물어서 대답을 못하면 사자 존자의 법을 이어받은 제자가 아닙니다." 

  대왕에게는 불여밀다(不如密多)라 이름하는 태자가 있었는데, 왕에게 아뢰었다. 

  

  "이 존자께서는 선왕께서 공양하셨고 큰 위덕이 있으니, 시험할 필요가 없습니다." 

  왕이 이를 갈면서 꾸짖고는 태자를 가두었다. 그리고는 존자를 불렀다. 존자가 왕의 앞에 이르니, 왕은 앉으란 말도 않고 전각[殿]을 마주한 채 물었다. 

  "우리 나라에는 삿된 법이 없소. 그대가 배운 것은 무슨 종(宗)이요?"

  조사가 대답했다. 

  "이 나라에는 삿된 법이 없습니다. 제가 배운 것은 불종(佛宗)입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벌써 1,200년이요, 스님의 나이 70인데 무엇을 얻었다는 것이오?" 

  "석가여래께서 교법을 전하신 뒤로 24대를 거쳤습니다. 제가 지금 배운 것은 사자 존자의 법을 이은 것으로 믿음을 표시하는 옷이 있어 승가리라 하는데, 지금 저의 바랑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는 꺼내어 왕에게 보였다. 왕은 법을 전하는 가사를 보았으나 공경히 믿지 않고, 곧 좌우에게 명하여 불에 태워 시험케 하니, 그 불은 활활 타올라 그 광명이 하늘을 뚫고 상서로운 구름이 땅을 뒤덮으며 네 가지 기이한 꽃비를 내려 이상한 향이 감돌았는데, 불이 다 탄 뒤에도 옷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왕은 이런 상서를 보고야 비로소 발심하고 참회를 구하였다.[이 옷은 왕궁 안에 탑을 세워 공양하였다.] 그 때 태자가 깊은 궁에 갇히어 음식을 얻지 못하게 되자 말했다.

  "나는 법을 위해서 오늘날 이렇게 굶주리며 고통을 받는 것이다. 어찌하여야 구제를 받겠는가?"

  이 때에 하늘에서 흰 젖줄을 내리어 입에 넣으니 감로와 같이 맛이 있었다. 이를 먹자 몸이 거뜬하고 건강해졌다. 이에 태자는 말했다. 

  "내가 만일 이 궁을 벗어나면 곧 출가하리라." 

  왕이 풀어 주라 명하자, 바로 조사에게 의탁하여 출가할 뜻을 말하니, 조사가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일로 출가하려 하시오?"

  태자가 대답했다. 

  

  "제가 출가하려는 것은 그 일을 하지 않으려 함입니다."

  "그대는 하지 않는다 하는데 무슨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제가 하지 않는다는 일은 세속의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속의 일을 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세속 일을 하지 않고 부처님 일을 하겠습니다."

  이에 조사가 생각했다. 

  '여래께서 큰 자비로써 오늘날 이 태자를 나에게 보내시어 불사를 돕게 하시는구나.'

   그리고 조사의 곁에 있게 하니 출가하여 계를 받고 도를 증득하였다. 그리고 법을 전해 주고 다음의 게송을 말하였다.

  

  성인이 지견을 말씀하시니

  경계에 마주하여 옳지 않은 것이 없구나.

  내가 이제 참 성품을 깨달으니

  도(道)도 없고 이치도 없도다.

  聖人說知見 當境無非是

  我今悟眞性 無道亦非理

  

  조사가 열반에 든 것은 동진(東晋)의 제1대 원제(元帝) 8년 을유(乙酉)였다. 정수선사가 찬탄하였다.

  

  바사사다 존자가

  오래전에 반연(攀緣)을 여의었건만

  대가를 만나지 못해

  줄곧 주먹을 펴지 않았네.

  婆舍斯多 久離攀緣

  未逢作者 終不開拳

  스승의 의발을 받으니

  중생을 제도하는 다리와 나룻배라.

  오묘한 지견을 

  어찌 말을 빌려 표현하리요. 이를 조심하시오.

  傳師衣鉢 度物橋舡

  當心妙見 豈假言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