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석실(石室)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11
 

 

 

석실(石室) 화상

  

  장자(長髭) 화상의 법을 이었고, 담주(潭州)의 수현(攸縣)에 살았다. 휘(諱)는 선도(善道)이며, 사태(沙汰)가 일어나는 동안에 모습을 바꾸어 행자 노릇을 했는데, 사태가 지난 뒤에 대중이 모였으나 그 자신은 다시 스님이 되지 않고, 날마다 방앗간에서 쌀을 찧어 대중을 시봉하였다.

  이 때 목구(木口) 화상이 행자가 날마다 방아를 찧어 대중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고 방앗간에 와서 말했다.

  "행자가 고생하니 소화시키기 매우 어렵겠군."

  이에 선사(행자)가 대답했다.

  "속이 빈 그릇에 담아다가 큰 소반 위에 올려놓는 것인데 무슨 소화시키기 어렵다는 둥 쉽다는 둥 말씀을 하십니까?"

  이에 목구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떤 스님이 이 일을 들어 운거(雲居)에게 말하니, 운거가 말했다.

  "얻은 사람이 겉모습을 바꾸고 안목을 바꾸었느니라."

  


  목구 화상이 또 물었다.

  "행자는 오대산(五臺山)에 가 보신 적이 있는가?"

  "갔었습니다."

  "문수(文殊)보살을 뵈었는가?"

  "뵈었습니다."

  "행자에게 무어라 말씀하시던가?"

  "그대의 부모가 마을의 풀섶에 있다고 합디다."

  목구가 또 대답이 막히자, 장경(長慶)이 대신 말했다.

  "행자께선 그를 구제해 내실 수 있겠소?"

  나중에 조산(曹山)이 이 일을 들어서 강(强) 상좌에게 물었다.

  "그것은 상을 주는 말인가, 벌을 주는 말인가?"

  "벌을 주는 말입니다."

  "어디가 잘못되어 벌을 주는가?"

  "있음[有]을 알므로 벌을 줍니다."

  "어느 곳이 그가 있음[有]을 아는 곳인가?"

  "산중의 일답지 않게 문수(文殊)를 굳이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이 산중의 일인가?"

  "문수를 알아보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조산이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뒤에 목구가 세상에 나온 지 몇 해 후 입적하니, 주사(主事)가 두 사람의 스님을 보내어 동산(洞山)에게 비보를 전했는데, 스님이 서신을 가지고 동산에게 이르러 모든 인사 절차를 마치니, 동산이 두 스님에게 물었다.

  "화상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어찌했는가?"

  "다비(茶毘)를 했습니다."

  "다비를 한 뒤엔 어찌했는가?"

  "2만 8천 개의 사리(舍利)를 얻었는데, 1만 개는 관가에 바치고 1만 8천 개는 세 곳에다 탑을 세웠습니다."

  "이상한 상서(祥瑞)는 없었는가?"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5 권 > 274 - 280쪽

K.1503(45-233), 

  "세상에서 드문 일이었습니다."

  "어째서 세상에 드문 일이라 하는가?"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으니, 그 어찌 드문 일이 아니겠습니까?"

  "온 천하가 모두 너희 화상의 사리 투성이가 된다 해도 오히려 당시 석실 행자의 두어 마디 말씀을 알아듣는 것만이야 하겠는가?"

  

  위산(潙山)이 앙산(仰山)으로 하여금 선사를 방문케 하니, 앙산이 선사에게 가서 하루를 묵은 뒤에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선사가 주먹을 쥐어 보이자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선사가 다시 손을 보였다.

  "마침내는 어느 것이 바로 그것입니까?"

  선사가 손을 털고 가 버리면서 말했다.

  "그런 일은 없다."

  앙산이 돌아와서 이 일을 자세히 전하니, 위산이 자리에서 내려와 석실 쪽을 향해 합장을 했다.

  

  선사가 앙산과 달 구경을 하는데 앙산이 물었다.

  "저 달이 뾰족할 때에 둥근 모습은 어디로 갑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뾰족할 때엔 둥근 모습이 숨고, 둥글 때에도 뾰족한 모습은 있느니라."

  운암이 말했다.

  "뾰족할 때에도 둥근 모습은 있지만 둥글 때에는 뾰족한 모습이 없다."

  도오(道吾)가 말했다.

  "뾰족할 때에도 뾰족하지 않고, 둥글 때에도 둥글지 않다."

  그 밖의 것은 기록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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