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33. 출생인연에 대한 망상을 끊어주다 / 회당 조심(晦堂祖心)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1:11

 

 

 

 어떤 스님이 회당(晦堂) 노스님에게 물었다.

   “전생에 소나무 심는 도인〔栽松道者〕이었던 오조 홍인스님은 주씨(周氏) 여인의 몸을 빌어 태어났다고 하는데,

세 인연〔父·母·子〕이 합하지 않고서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을까?”

   “수제가(樹提伽)는 불 속에서 태어났고* 이윤(伊尹)은 공상(空桑)*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그대는 듣지 못하였는가?”

   “들었습니다.”

   “그대는 위의 두 사람이 세 인연에 의해 태어나지 않는 것은 의심하지 않고서 오직 오조만을 의심하는가?”

 

   오늘날 불법에 관심 있는 사대부들은 모두가 오조가 태어난 인연에 대하여 의심하고 있는데 이 말을 듣는다면 의심이 풀리게 될 것이다.  

나는 회당 노스님의 말씀은 불법의 근본 뜻을 모두 설파하시려 함이 아니라,

다만 기연에 따라 미치광이의 생각을 멈추게 하는 데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조스님이 “부처님은 참으로 어지시니, 지혜로 방편을 잘써서 일체 중생의 의심을 깨트려 주며 ‘유·무’의 속박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신다” 하신 말씀은 이 점을 이야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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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제가(樹提伽) : 인도 마갈타국의 왕사성에 한 장자가 있었다.   

부인이 임신을 하였는데

   한 외도가 예언하기를, “이 아이는 사내아이인데 나중에 집안을 융성하게 할 것이나

   또 집안을 불태울 것이다” 하였다.  

장자는 놀라서 그 부인을 죽여 공동묘지에서 불에 태웠다.

  그러자 부인의 배에서 푸른 연꽃이 나오면서 그 속에 한 동자가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빈비사라 왕에게 부탁하여 이 아이를 키우게 하고, 후에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

* 공상(空桑) : 고대 전설에 나오는 산이름으로 노(魯)나라 옛터에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