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도(宗道)스님은 어떠한 사람인지 알 수 없으나 서주(舒州)와 기주(蘄州)지방을 왕래하면서 투자산(投子山)에 머문 날이 많았다.
본디 술을 즐겨하여 늘 술에 취해 지냈는데 마을 사람들은 스님을 좋아하고 공경하여 항상 잘 빚어진 술을 대접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목욕하려는 차에 누가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서 분명 술을 보내왔으려니 하고 옷을 벗은 채 튀어나가 술을 받아들고 들어갔다.
사람들은 모두들 껄껄대며 웃었지만 스님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한번은 옷을 풀어헤친 채 산길을 내려오는데 어떤 사람이 기다렸다가 스님께 물었다.
“도인의 가풍은 무엇입니까?”
“가사로 짚신을 싸노라.”
“그 뜻이 무엇입니까?”
“맨발로 동성(桐城)을 내려오는 것이다.”
진퇴부(陣退夫)가 처음 과거보러 가는 길에 스님을 방문하여 장난삼아 물었다.
“제가 이번 길에 장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스님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 후 말하였다.
“시(時)가 없다면 할 수 있지.”
그때까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였는데,
진퇴부는 과연 2등으로 급제하고 시언(時彦)이라는 자가 장원을 하니,
그때서야 비로소 ‘(時)가 없다면...’이라는 뜻을 알게 되었다.
종도스님은 설두 중현스님을 찾아보았을 때에도 여전히 호방하고 자유자재하였다 하니,
지언 법화(志言法華: ?~1048)스님과 같은 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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