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사(圓通寺) 조인 거눌(祖印居訥: 1010~1071)스님은 그 고을에 주지를 사임할 뜻을 표하고 아울러 승천사(承天寺)의 단(端)스님을 그 법석(法席)의 주지로 모셔 오도록 바라니, 고을에서는 그의 청을 허락하였고 단스님은 기꺼이 부임하였다. 젊은 나이에 큰 법을 짊어지고 선배가 선의로 양보한 것은 총림에서 자기에게 바라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통감하였다.
그리하여 경건한 자세로 대중에게 임하고 공적인 일에 사적인 일을 개입하지 않아서 종풍(宗風)이 크게 떨치게 되었다. 그 후 몇 해 안되어 거눌스님은 쓸쓸한 생활에 싫증이 나던 차에 군수가 찾아오자 객승이 된 자기심정을 토로하였다. 군수가 가엾게 생각하여, 단스님에게 이 눈치를 보이자 스님은 웃으며 순순히 허락하였다. 그 이튿날 단스님은 법좌에 올라 설법하였다.
“지난날 법안(法眼) 큰스님께서 이런 게를 지으셨다.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일은 정을 버리기 어려움이라 정이 모두 사라지면 말끔한 구슬 한 알 밝게 빛나리 방편으로 정을 버리는 일도 옳지 못하니 게다가 방편조차 버리는 일이란 너무도 아득하구나.
難難難是遣情難 情盡圓明一顆寒 方便遣情猶不是 便除方便太無端
대중은 말해보라. 어떻게 하면 정을 버릴 수 있는가를......." 할 한 번 하고는 법좌에서 내려와 바로 허리춤에 봇짐을 지고 떠나가 버리자, 대중들이 깜짝 놀라 길을 막고 만류하였지만 끝내 말리지 못하였다. 총림에서는 지금까지도 그를 경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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