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 혜남(黃龍慧南: 1002~1069)스님께서 여산(廬山) 귀종사(歸宗寺)에 주지로 있을때,
어느날 밤 불이 나서 절이 온통 불길에 휩싸이게 되었다.
대중스님들의 법석대는 소리가 산골을 진동하였지만 스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계림사(桂林寺)의 홍준(洪準)스님이 부축해 세우며 불길을 피하자고 하니 스님은 그를 돌아보며 꾸짖었다.
그러자 홍준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이 설령 이 세상이 싫다 하더라고 자명(慈明)스님의 큰 법을 누구에게 맡기겠습니까?”
그러자 천천히 옷을 고쳐 입고 일어서니 불길은 이미 자리에가지 번져 있었다.
이 화재에 연루되어 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고을의 관리가 사사로운 원한으로 온갖 고문을 가하였으나 입을 다문 채 한마디 말없이 오로지 단식을 하였다.
그렇게 2개월간의 고초를 겪은 후에야 석방이 되었는데,
수염도 머리고 깎지 않았고 뼈와 가죽만이 앙상하였다.
가진 점흉(可眞點胸)스님이 도중에 마중나왔다가 그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목메여 말하였다.
“사형께서 어찌하여 이 꼴이 되셨습니까?”
스님이 “이 속된 놈아!” 하고 호령하자 가진 점흉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절을 올렸다.
태산처럼 동요없는 스님의 행동은 대개가 그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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