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58. 장자와 열자의 고사를 풀이함 /「장자」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3:57

 

 

 

  「장자(莊子)」에 말하기를 ‘산골짜기에 배를 감추고 연못에 산을 감추다’ 하니,

해석하는 자들은 청산유수처럼 유창하게 뇌까리다가도 ‘천하에 천하를 감춘다’는 귀절에서는 모두가 얼빠진 사람처럼 우두커니 앉아 붓을 놓고 생각에 잠긴다.

   회당(晦堂) 노스님이 일찍이 납자들에게 이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대답하는 사람이 매우 많았지만 스님은 웃으시며, “너희들은 그 도리를 잘도 말하는구나”라고 하였다.

   내가 게를 지어 그 뜻을 적어보기로 한다.

 

   천하를 감출 수 없다는 것만 알고

   분주하게 자취를 찾아 냄새만을 맡으려 하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비로소 나무 끝에 염소뿔이 걸려 있음을 볼 수 있으리

 

   天下心知不可藏    紛紛嗅迹但尋香

   端能百尺竿頭步    始見林梢掛羊角

 

   회당 노스님이 또 물었다.

   “열자(列子)가 두 어린아이를 안고서 해가 멀고 가까워짐을 이야기하다가 결론을 짓지 못하고 공자에게 물으니 공자가 대답하지 않았는데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납자들은 “공자처럼 슬기로운 성인도 이 이치를 몰랐기 때문에 말이 없었던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으나 스님은 이번에도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내가 게를 지어 이를 해석하는 바이다.

 

   차고 뜨겁고 멀고 가깝다는 것으로 의문만을 더하니

   대답없는 그것이 아픈 데를 찌르는 송곳

   어린아이 말을 따라 끊임없이 지껄여대나

   공자가 어찌 옛일을 몰라 그랬으랴.

 

   凉溫遠近轉增疑    不答當渠痛處錐

   尙逐小兒爭未己    仲尼何獨古難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