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 문충공(歐陽文忠公 : 歐陽修)이 낙양에서 벼슬하던 때,
어느날 숭산(崇山)을 유람하는 길에 노비와 관리를 모두 물리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길을 떠나 어느 산사에 이르렀다.
안으로 들어서니 말쑥한 대나무 숲이 뜨락에 가득하고 맑은 서리속에 새소리 지저귀는 경관은 그지없이 맑기만 하였다.
문충공이 법당 계단에 앉아 쉬노라니 곁에 노승 한 분이 불경을 읽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태연자약하였다.
스님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돌아본다거나 대답하는 일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문충공이 이상하게 여기며 말하였다.
“도인께서는 산에 계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매우 오래됐오.”
“무슨 경을 읽으십니까?”
“「법화경」이요.”
“옛 고승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대개는 담소하다가 열반하는데, 무슨 수로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정혜(定慧)의 힘이요.”
“요즘 세상엔 그런 인물이 없이 쓸쓸한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노승이 웃으며 말하였다.
“옛사람들은 생각 생각이 오로지 정혜에 있어서 임종 때에도 어지러움이 없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생각 생각이 오로지 산란하니 임종 때에 어떻게 안정될 수 있겠습니까?”
이 말에 문충공은 크게 놀라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지난날 사희심(謝希深)이 이 일을 기록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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