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처음 황룡산에 머물렀을 무렵 납자들의 일과에 대해 하루 일과에 대해 게를 읊었다.
내 살아가는 모습이야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날마다 일취월장 길이 있네
한밤중 자정〔子〕이면 주검처럼 곤히 자며
이에 뜯기며 간간히 손발을 움직일 뿐
첫닭 울면 축시〔丑〕이니
새벽죽 먹으라고 목어판(木魚板)이 울려지면
바지를 바삐 입고 버선목을 질끈 맨다
동이 트면 인시〔寅〕이니 늘어지게 하품하고
두 눈썹 곧추세우니 그 무게 천근일세
해 돋으면 묘시〔卯〕이니 쌀 씻어 밥을 지으며
눈으로는 경을 보고 입으로는 중얼중얼
공양시간 진시〔辰〕이니 입언저리 군침 돌고
허기진 뱃가죽에 입맛을 돋우누나
중천에 가까운 해 사시〔巳〕를 알리니, 눈앞의 일들은
보기에는 가깝지만 말하려니 걸맞지 않네
남천에 태양이 빛나면 오시〔午〕이니 스스로 헤진 옷을 꿰매다가
갑자기 바늘이 튀쳐나오니 전신〔全體〕이 나타난다
해 기울면 미시〔未〕이니 낮잠을 깨어
찬물에 얼굴 씻고 코를 쓰다듬어 본다
해질녘이면 신시〔申〕이니 가장 천진하여
좋은 기별 기뻐하고 나쁜 소식 노여워하네
석양이 지는 유시〔酉〕에는 벽을 향해 좌선하니
거울 속은 ‘공’이요 한낮은 북두로다
황혼이 드는 술시〔戌〕에는 모든 움직임이 은밀하여
눈뜨나 감으나 모두가 캄캄하다
종을 치면 해시〔亥〕이니 말하면 깨닫고
법신은 잠을 자되 이불 덮지 않는 법
좌선할 때나 걸을 때나 모두 모두 함께 하여
활발한 기상으로 막힘 없게 할지어다
조금이라도 집착하면 붉은 살갗에 멍이 들리니
본디 아무일도 해볼 것이 없구나
모두들 함께 모여 나물줄기나 씹으세.
吾活計無可觀 但日日長一般
夜半子困如死 被蝨咬動脚指
鷄鳴丑粥魚吼 忙繫裙尋襪紐
平旦寅忽欠申 兩眉稜重千斤
日出卯自攪炒 眼誦經口相拗
食時辰齒生津 輪肚皮虧口唇
禺中巳眼前事 看見親設不似
日南午衣自補 忽穿針全體露
日昳未方破睡 洗開面摸著鼻
哺時申最天眞 順便喜逆便瞋
日入酉壁掛口 鏡中空日中斗
黃昏戌作用密 眼開闔烏崒律
人定亥設便會 法身眠無被蓋
坐成叢行作隊 活鱍鱍無障礙
若動著赤肉艾 本無一事可營爲
大家相聚喫莖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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