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66. 참다운 참구, 참다운 깨침 / 신정 홍인(神鼎洪諲)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4:40

 

 

 

신정 홍인(神鼎洪諲 : ?~901)스님은 젊어서 몇몇 스님들과 함께 남악(南嶽)을 돌아다녔는데,

그 중 한 스님이 불법〔宗乘〕을 거론하는 식견이 넓고도 날카로왔다.    

때마침 산중 주막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게 되어 공양준비가 다 되었는데도 그 스님은 계속하였다.   

이에 홍인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 ‘삼계가 오직 마음이며, 만법은 단지 식일 뿐이다.   

오직 식이며 마음이니 눈으로 소리를 듣고 귀로 색을 본다〔三界唯心 萬法唯識 唯識唯心 眼聲耳色〕’ 하셨는데 이는 누구의 말입니까?”

 

   “법안(法眼)스님의 게송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오로지 마음이므로 근(根)과 경(境)이 서로 맞닿지 않고, 오로지 식이므로 소리와 색이 뒤섞인다는 뜻입니다.”

   “혀와 맛〔舌味〕도 근과 경입니까?

   “그렇습니다.”

   이에 홍인스님은 젖가락으로 채소를 집어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말하였다.

   “어찌하여 ‘서로 들어간다〔相入〕’ 말합니까?”

   이 말에 앉아 있던 스님들은 매우 놀라 서로 쳐다보며 아무도 답을 못하였다.    

 

그러자 홍인스님이 다시 말하였다.

   “길거리에서 주고 받으며 즐기는 이야기로는 결코 심오한 도에 이를 수 없으며,

아무리 미묘한 경지에 들어가는 견해가 있다 하여도 그것을 ‘도를 보았다〔見道〕’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참구를 하려거든 참답게 참구를 하고 깨달으려거든 참답게 깨달아야 하니 염라대왕은 말 많은 자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