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65. 불법을 배우는 자세 / 운봉 문열(雲峯文悅)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4:34

 

 

 

운봉 문열(雲峯文悅)스님이 처음 고안(高安 :荺州의 高安縣) 대우산(大愚山 興敎院)에 와서 수지(守芝)스님을 찾아뵙자 수지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구하려고 여기 왔는가?”

   “불법을 배워볼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불법을 쉽사리 배울 수 있겠는가?  

기운이 있을 때 대중을 위하여 한 차례 구걸 행각을 한 뒤에 불법을 배운다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문열스님은 천성이 순박하여 그 말을 의심하지 않고 그 길로 구걸을 떠났다.   

그러나 돌아와보니 수지스님은 취암(翠巖 : 南昌 소재)으로 옮겨 간 뒤였다.   

문열스님이 다시 취암으로 수지스님을 찾아가 입실(入室)하기를 청하자 수지스님이 말하였다.

   “불법은 우선 그만두고 차가운 밤날씨에 대중들에게 숯이 필요하니,

한 차례 더 숯을 구걸해 온 뒤에 불법을 배운다 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문열스님은 이번에도 스님의 말씀대로 사방을 돌아다니며 숯을 구걸하여 연말이 되어서야 숯을 싣고 돌아와 가르침을 구하니 수지스님이 말하였다.

   “불법이 썩어 없어질까 걱정이냐?  

마침 유나(維那) 자리가 비었으니 사양치 말고 맡아보아라!”

 

   이에 드디어 종〔犍稚〕을 울려 대중을 모아놓고 이 사실을 알리어 문열스님에게 유나의 직책을 맡아주기를 청하였다.    

문열스님은 난처한 얼굴빛이 되어 절을 올리고 일어서면서 곧 후회하여 유나의 소임을 포기하려고 하였지만,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일이라 그냥 두어버렸다.    

 

그러면서 수지스님의 의중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깨진 물통을 묶으려고 대껍질을 잡아 당기다가 옆에 놓이 쟁반에 물통이 부딪쳐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 크게 깨쳤다.   

그제서야 수지스님의 마음 씀씀이를 알게 되어 그 길로 수지스님에게 달려가니 수지스님이 웃으며 큰 소리로 말하였다.

 

   “유나여 ! 기뻐하라. 큰 일을 끝마쳤구나.”

   문열스님은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재배를 올렸으며 식은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그 곳을 떠나왔다.    그러므로 스님의 가풍은 고고하고 준엄하여 그 법을 받아 일가를 이룬 사람이 없었다.

   황룡 혜남(黃龍慧南)스님이 일찍이 대영 도원(大寧道原) 노스님에게 말하였다.

   “그가 사람들마다 그런 식으로 깨우쳐주려 하지만 어찌 그처럼 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