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72. 소무스님의 수행이력/홍영 소무(洪英邵武)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5:11

 

 

 

홍영 소무(洪英邵武 : 1012~1070)스님은 활짝 트이고 밝은 자태를 지녀 예로부터 내려온 종문의  중요한 인물이었다.   

일찍이 운거사(雲居寺)의 객승으로 있을 때는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방문을 닫았으며 모든 사람을 하잘것없이 보아 마음에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이 산에서 늙어 죽으려 한다”고 말하였는데 우연히 어느날 밤 이장자(李長者)의「화엄십명론(華嚴十明論)」을 읽다가 크게 깨쳤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날 밤 경행(經行)중에 어느 두 스님이 황룡스님의

‘부처님 손, 나귀 다리, 태어난 인연처’

의 3관 화두를 거론하는 것을 듣다가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들에게 물었다.

 

   “혜남(慧南)스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황벽사에 있습니다.”

   동틀 무렵 곧바로 황벽사 혜남스님을 찾아가 한번 만나 이야기해 보고는 자기가 그보다 모자란다고 생각하였다.

 

   다시 취암(翠庵)의 가진 점흉(可眞點胸)스님을 만나보러 가서 방에 들어가려는 찰라에 가진스님이 물었다.

   “‘여자가 정에서 나왔다〔女子出定〕’*는 뜻이 무엇인가?”

   이 말에 홍영스님은 그의 손을 끌어다가 무릎을 긁고 떠나가자 가진스님이 웃으며 말하였다.

   “숟가락 파는 장사치*는 아니었구나.”

 

   가진스님은 이 일로 스님의 기변(機辯)이 속박에서 벗어났음을 알고 크게 칭찬하니 당대의 학인들이 종사(宗師)로 우러러 보게 되었다.

   늙어서는 원통사(圓通寺 : 廬山)의 수좌로 있었다.   

혜남스님은 여산에서 찾아온 스님을 만나면 반드시 홍영수좌를 찾아본 적이 있었는가를 묻고는 모른다고 하는 자가 있으면

“그대는 행각하면서 여산까지 갔었는데 홍영수좌를 알지 못하는가” 하였다는데,

이는 보배산〔寶山〕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사람들의 낭설이다.   

 

왜냐하면 스님은 혜남스님이 세상에 살아계실 때에는 법을 펴지 않았으며,

혜남스님이 입적하자 “큰 법을 지닌 분이 나를 버렸으니 이제 그 누가 감당할까?”

하면서 그제서야 세상에 나와 늑담사(泐潭寺)에 주지하였던 것이다.   

스님은 매우 많은 게송을 남겼지만 여기에는 그 중 세 수만을 기록하니 이것만으로도 스님의 인품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석문의 험한 길 굳게 닫힌 철책 관문

   눈 들어 바라보니 겹겹이 높은 성

   뿔 없는 무쇠소가 들이받아 깨부수니

   비로자나 바다에 파도가 들끓는구려

 

   石門路險鐵關牢    擧目重重萬仞高

   無角鐵牛衝得破    毗盧海內鼓波濤

 

   만번 담금질한 쇠 가시는

   높은 값을 불러봤자 만족할 수 없네

   이리저리 오가며 껄껄껄 웃노라니

   시비는 옆사람더러 가리라고 맡겨두었네

 

   萬煅爐中鐵蒺黎    直須高價莫饒伊

   橫來竪去呵呵笑    一任旁人鼓是非

 

   하나의 터럭 끝에 시방이 다 나타나니

   겹겹 화장세계 제석 그물 선뜻하다

   귀하신 선재동자 어디 가시고

   맑은 밤바람만이 대숲을 뒤흔드네.

 

   十方齊現一毫端    華藏重重帝網寒

   珍重善財何處去    淸宵風撼碧琅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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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수보살이 부처님들이 모인 곳에 갔을 때 모두들 돌아갔는데 오직 한 여자가 부처님 곁에서

   삼매에들어 있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 묻되 “이 여자는 부처님 곁에 있는데 저는 어찌 그러지

   못합니까?” 하니, “네가 이 여자를 삼매에서 깨워 물어보아라”하였다.   

   이에 문수가 손가락을

   튕기고 갖은 신통력을 다하였는데도 해내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백천 문수가

   오더라도 깨어나게 못할 것이다.   

   아래쪽 24항하사 국토를 지나면 망명(罔明)보살이라는 이가 있는데

   그이라야 이 선정을 깨우리라” 하셨다.   

   그러자 잠깐 사이에 망명보살이 땅에서 솟아올라

   세존께 절하니 세존께서 여자의 선정을 깨우라 하셨다.   

   그리하여 손가락을 한 번 튕기니 여자는

   선정에서 깨어났다.

 

* 남을 밥먹게 해주면서 자기는 음식맛을 모르는 이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