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행식 역부여시 受想行識亦復如是
ㅡ받아들이는 정신작용
수受는 눈, 귀, 코, 혀, 피부, 생각을 통해 받아드리는 정신작용을 말합니다. 바깥 환경에 대한 것을 내가 감수感受한다는 뜻인데,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느낌을 받는 것도 수의 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좋다, 나쁘다, 모르겠다라는 그 감정의 시작이 바로 이 수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업業과 과보果報의 시작도 이 수受가 원인이 됩니다.
다시 확인시켜 드리지만 색色 즉, 물질과 환경에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여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내'가 문제이지 무슨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겁니다.
반야심경에서 '수상행식도 역시 그러하다(受想行識亦復如是)'라고 한 것은 색이 즉 공하듯이 수도 공하고, 상도 공하고, 행도 공하고, 식도 공하다 라는 표현을 줄여서 말한 것이라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색이 공한 것처럼 수受도 공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나의 느낌을 있게 하는 그 무엇이 실은 내가 생각하듯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그 느낌의 실체가 공하다는 것이고, 예를 들어 기온이 섭씨 0도이긴 하지만(바깥 환경) 한 겨울에는 따뜻하고 초가을이라면 춥게 느껴지니, 그 느낌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공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 느낌의 실체가 공함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는 것 등 모두에 해당합니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듣기 싫을 때가 있고 화장실의 악취도 시간이 좀 지나면 참을 만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설명에 익숙하지 않는 분이라면 공空 이라는 개념을 물질에만 국한시켜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이것 또한 전적으로 스님들 책임인데'색즉시공'의 설명에만 열심이고-실은 이것의 설명방법에도 문제가 있음을 누누이 말씀드렸지만-'수즉시공'에 대한 설명은 좀처럼 듣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떤 사람이 찾아와 이야기할 때 놀라운 말을 하면'보통이 아니시네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거의 모두 자기 말에 내가 놀라 칭찬하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수受의 작용에 의해). 그러나 저는 속으로 혼자 말합니다. '음, 역시 보통이 아니야, 당신은 보통 이하야!'라고 말입니다. 상대편은 내가 놀랐다는 것과 보통이 아니라고 한 표현에 집착하여, 저의 받아들임의 공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한 그 말을 정반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즉, 상대는'수즉시공'의 이치를 모르는 쑥맥인 것입니다.
성법스님 저서인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