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행식 역부여시 受想行識亦復如是
ㅡ심리작용의 시작
여러분은 이 책을 사실 때 책 제목이나 겉표지에서 어떤 이미지를 연상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서 다시 책의 내용을 짐작해 보거나, 호기심을 느껴(지적 충동) 사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무엇을 연상시키는 작용을 반야심경에서는'상'想이라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수受가 물질이나 환경에 대한 심리작용의 근본이라면, 이 상想은 우리를 생각에 빠뜨리게 하는 지적인 작용의 근본이 됩니다.
그런데 지적知的이란 말을 썼다고 행여라도 고상하고 우월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신다면 역시'상즉시공想卽是空'을 놓치신 겁니다. 아니면 제가 공연히 지적이란 말을 써서 혼란을 일으킨 것인지도 모릅니다.
선가禪家의 멋진 말 중 하나에 '입차문래 막존지해'入此門來 莫存知解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이라는 세계의 문지방을 넘으려면 알고 있는 것 다 버리라는 뜻입니다. 이정도 수준은 아니더라도 제 횡설수설을 잘 이해하시려면 모든 선입관을 버리시고 '저 중이 말하려는 게 뭔가 들어나 보자, 결론은 다 듣고 나서 내가 내리면 된다'고 생각하시라는 말입니다.
원효가 자재암에서 한 소식 얻었듯이 여러분도 한 소식 얻기 전의 모든 생각의 지적 작용은 나의 일방적 오해나 그릇된 판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 하는 것이 상도 역시 공하다는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폭행 당한 여자를 보고 '밤늦게 미니스커트 입고 다니니 당하지'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상想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 집착인지 알라는 말씀입니다. 자기가 아는 사람이 당했다면 어찌하겠습니까? 그러니 상도 공하다 한 것입니다.
※ 성법스님 저서인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