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스님

부처님의 열반-1

通達無我法者 2008. 11. 25. 19:48

 

 

부처님의 열반-1

글· 광덕 큰스님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다고 하는데 이 열반의 뜻이 무엇인가. 아마 우리 형제들은 익히 배워서 아실 것입니다. 열반이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다한 듯, 번뇌의 불길이 다해서 다 타버리고 만 그 상태입니다. 번뇌가 다한 상태, 즉 청정진성만이 명랑하게 완전히 드러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대개 우리들은 세간에 이 몸을 거둔 것을 때로는 열반에 든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육체의 몸이 번뇌를 근거해서 번뇌 때문에 육체의 몸이 있다고 한다면, 그 육체의 몸을 거두어서 육체의 몸이 없어지면 번뇌가 끊어진 것으로 함께 생각을 해서 열반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나 대개 범부들의 경우 그 몸은 사라져도 그 번뇌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열반을 증득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에 있어서는 일찍이 번뇌가 없습니다. 멸할 번뇌가 없습니다. 원래로 열반상태 그 자체입니다. 말하자면 “부처님은 영원히 열반에 머무시다.”

이것이 부처님의 주처이며 원모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는 우리가 흔히 말하고 있는 열반 즉, 죽음을 의미하는 열반은 없습니다. 부처님은 원래로 법신이십니다. 법의 몸이시며, 진여의 몸이시며, 법성의 몸이십니다.


여래의 몸은 금강신이며 법신이라


부처님께서 친히 말씀하시기를 “여래는 항상 머무는 몸이며, 허물어지지 않는 몸이며, 음식으로 지탱하는 몸이 아니며, 금강의 몸이며, 법신이다.”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의 수명은 무량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무량이라는 것도 숫자이며 관념 가운데 드는 시간입니다. 시간을 초월한 영원한 생명, 그것이 바로 부처님입니다. 부처님의 수명은 부처님을 제하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게 경에는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우리는 부처님을 생각할 때 이와 같이 원래는 완전하신 부처님을 생각하지만 동시에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한없는 공덕을 끝없이 닦으셔서 성취하신 몸, 보신인 부처님을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그 보신인 부처님, 그 부처님도 완전을 이룩하셨기 때문에 그 수명은 완전합니다.

금강명왕경에 묘당 보살이 부처님께 여쭙는 대목이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기나긴 세월 동안 산 목숨을 죽이지 않으셨으며, 기나긴 시간 동안 많은 중생들에게 한없는 음식을 베풀어 보시하셨는데 어찌해서 수명이 80년 밖에 되지 않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에 대해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모든 바다에 물방울의 수를 다 안다 해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명은 알지 못한다. 수미산을 부셔서 가루를 만든다 하더라도, 그리고 그 가루의 수를 다 헤아린다 하더라도 부처님의 수명은 알지 못한다.

온 세간 온 천지 먼지의 수를 다 센다 하더라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명은 알지 못한다. 허공을 헤아리고 허공의 끝을 다 안다 하더라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명은 다 헤아리지 못한다. 크게 깨달으신 진리이신 부처님의 수명은 실로 헤아리지 못하나니 겁이 가없듯 수명도 또한 가없느니라.”


부처님의 수명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십니다. “묘당이여, 그대 마땅히 알라. 마땅히 의혹을 일으키지 말지라. 부처님의 수명은 한량이 없나니 그 수를 알 자는 없느니라.” 금강명왕경의 첫 대목, 여래수량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말하자면 부처님이 닦으신 바 이루신 그 몸도 또한 한량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나긴 시간 산 목숨을 죽이지 않으시고 십선(十善)을 두루 닦으셨으며 당신의 피와 살과 뼈와 골수까지도 중생을 위해서 그 모두를 한없이 바쳤거늘 그밖에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이와 같이 닦으신 부처님 수명 또한 한량없다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부처님께서는 80세를 일기로 육신의 몸을 거두셨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현상의 몸을 거두셨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 있는 것이겠습니까.
“모든 중생들을 이익하게 하기 위해서, 바른 지견이 나게 하여 속히 무상보리를 성취하게 하기 위해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짧은 수명을 보이신다.”

이것도 역시 금강명왕경의 말씀입니다.
“저 중생들에게 열반상을 보임으로써 부처님은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과 또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곳에 끝없는 근심과 고통, 멸할 길이 없다는 생각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서 부처님은 짧은 수명을 보이십니다.

비유하면 가난한 사람이 장자의 집, 또는 왕가나 나라 임금님의 창고 보물을 다 보고는 희유한 마음을 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은 엄청난 보배가 “참 놀랍구나, 나도 근검절약하고 부지런히 일해서 저와 같은 부를 이루리라.” 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것처럼, 부처님은 80세의 짧은 수명을 보이심으로써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키며, 그로 하여금 무상도를 닦게 하기 위함입니다.


법화경 수량품의 비유


법화경의 수량품에서는 의사의 비유가 나옵니다. 아버지가 어디 떠난 사이에 많은 아들들이 약을 잘못 먹어서 정신병이 들었습니다. 의사인 아버지는 돌아와서 약을 만들어 아들들에게 약을 먹게 권합니다. “아가, 이 약을 먹어라. 약을 먹어서 바른 정신이 들어야 한다.” 하고 약을 줍니다. 그렇지만 그 아들들은 먹지 않습니다. “약이 왜 이렇습니까? 빛이 왜 이렇습니까? 모양이 왜 이렇습니까?”

온갖 말로 따지고 묻고 하면서 그 약을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기어코 그 약을 아들들에게 먹여서 바른 정신이 들게 하시려 하십니다. 그래서 마침내는 약을 아들들한테 주면서 “나는 나이가 많고 다녀올 데가 있어서 이제 외국으로 길을 떠나느니라. 그러니 나를 생각하거든 너희들이 이 약을 먹어라.” 하면서 길을 떠납니다.

떠난 지 얼마 뒤에 아들들에게 기별이 옵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먼 나라에서 돌아가셨소.”

이 말을 들은 아들들은 아버지 생각을 합니다. 생전에 그처럼 우리들을 사랑하던 아버지가 이제야 돌아가셨구나 하고는 아버지가 가실 때 말씀하신 그 약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약을 먹습니다. 약을 먹은 아들들은 병이 나아서 제정신이 돌아왔습니다. 또한 돌아가셨다던 아버지가 다시 살아서 돌아오셨습니다. 약을 먹으니 중생들의 병이 나았을 뿐만 아니라 돌아가셨다던 아버지가 돌아왔습니다.

열반에 드셨던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지 않고 영원한 생명으로서 우리와 함께 광명을 함께 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깨우친 다음에야 안다는 비유입니다. 그것은 법화경 수량품의 말씀입니다.

“나는 세간의 아버지이다. 이 세간의 중생을 내가 구원하노라.” 부처님은 거듭거듭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은 원래로 영겁의 수명이고, 진리의 몸이시며, 불멸의 법성이시건만 중생들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서 짧은 수명의 열반상을 나투어 보이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함께 읽은 법화경 수량품의 말씀과 같이 여래의 수명은 무량아승지겁이고 상주불멸이라. “항상 머물러서 결코 멸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또 “실로는 멸도하지 아니하건만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방편으로 멸도를 보이나니, 실로는 멸도에 들지 아니하여 항상 여기 있어서 법을 설하노라. ‘누구나 일심으로 부처님을 보고자 하면 내가 곧 그들 앞에 나타나서 내 항상 여기 있노라.’ 하고 말하리라.”하고 말씀하십니다.


부처님의 자비 방편시현


부처님께서 법이신 몸이시건만 이와 같은 뜨거운 자비 방편시현으로써 우리 앞에 가지가지로 나투시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도솔천에서 나시고, 카필라성 룸비니에 탄생하시며, 출가하시고, 고행하시고, 성도하시고, 설법하시고, 또 열반을 보이시는 것 이 모두가 오직 중생을 위한 뜨거운 자비의 표현입니다. 친히 중생이 되시어 중생 곁에 오시어서 중생과 함께 개오하고, 거기서 탈출할 것을 결단하고, 마침내 대 해탈을 보이신 이것이 바로 오직 범부들로 하여금 능히 보고 깨닫게 하고자 친히 해 보이신 것입니다. 지극한 자비에서 그와 같이 친히 우리들이 느끼고 보고 알도록 해 주신 것입니다.

부처님은 열반을 보이시면서 위없는 법문을 간곡히 설하셨습니다. 우리들은 이 뜨거운 자비를 생각할 때 감격의 눈물에 젖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보리수에서 무상도를 이루시고 녹야원에 가셔서 교진여 등 다섯 비구를 제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쿠시나가라에서 열반에 드시는 마지막까지 법을 설하셔서 쉬지 않으셨습니다. 교진여가 시작이요, 최후가 수발다라입니다. 120살 되는 수발다라가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는 순간에 찾아와서 부처님께 법문을 듣고 아라한의 도를 이룹니다. 그 사이 설법의 기간은 45년이라 합니다마는 인간세 범부의 눈에 보일 수 있는 현세의 몸을 나투시기는 80세입니다.

그 사이 어느 한 곳에 머무르심이 없습니다. 무상도를 이루시고 설법의 걸음을 걸으시는 45년간은 이 마을 저 마을 이 나라 저 나라, 저승 이승 두루 찾으시면서 국왕, 대신, 바라문, 장자, 정치가, 외도, 상공에 종사하는 바이샤, 내지 극단의 천민이라고 해서 다른 계급은 길도 같이 가지 않고 물도 같이 마시지 않던 수다라, 전다라 같은 하층계급 등 일체 천민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시고 골고루 찾아다니셨습니다.

열반에 드시는 순간까지 작은 고을 큰 고을을 일일이 찾아다니시면서 죽지 않는 생명의 물을 고루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육체의 숨을 거두시는 순간까지 제자들에게 간곡히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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